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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먼 산 작약

산작약

 

옆 작약

백작약

 

저수령 넘어 은풍골로 작약을 보러 간다

 

당신 없이,

 

백자인을 먹으면 흰머리가

다시

검어진다

 

잠을 잘 수 있다

 

백자인을 먹으면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하략)

작약의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어혈을 풀고 염증을 완화하는 등의 효능을 지닌다고. 탐스러운 꽃의 생김새를 먼저 떠올렸는데, 자세히 보니 이름에 ‘약(藥)’ 자가 들어간다.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측백나무의 씨앗인 백자인 역시 불면증을 개선하고 노안, 흰머리 등을 예방하는 약재라고 한다. 약효가 얼마나 탁월한지는 알 수 없으나, 시 속 사람에게는 이 약들이 간절히 필요한 듯하다. “당신”이 없는 지금, “나”는 “나의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린 채다. 제대로 잠에 들 수도 없는 채다.

 

부디 이 치유의 여정이 성공하기를. “저수령 넘어 은풍골”은 아마도 매우 깊은 산골일 테지만. 기도하듯 정성으로 그 “먼 산”에 닿으면, 거기 “나”를 일으킬 약이 있으면 좋겠다. 흰머리를 검어지게 할 약. 시간을 되돌려, “당신” 곁 제자리로 돌아가게 할 약.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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