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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외로운 현대인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

입력 : 2024-04-14 21:05:32 수정 : 2024-04-14 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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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초연

외톨이 소년 에반·가족 이야기 통해
단절된 현대 인간관계의 그늘 성찰

불안 장애에다 친구도 없어 항상 의기소침하고 외톨이 신세인 고등학생 에반 핸슨. 나무에서 떨어져 다친 팔에 깁스를 한 그는 상담 선생님이 내준 치료용 과제에 따라 자신에게 격려의 편지를 쓴다. 에반이 ‘디어(친애하는) 에반 핸슨’에게 쓴 편지에는 오늘은 멋진 하루가 될 거란 기대와 짝사랑하는 여학생 조이를 향한 마음 등이 담겼다. 그런데 편지는 의도치 않게 동급생이자 조이의 오빠인 코너의 손에 들어가고, 코너가 자살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에반의 편지는 코너가 죽기 전 에반에게 쓴 유서로 오인된다. 코너의 부모는 에반을 코너와 친했던 친구로 확신하며 극진히 대하고, 학교에서도 에반에게 관심 갖는 기류가 형성된다.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에반은 그런 분위기가 싫지 않자 코너의 ‘친한 비밀 친구’였던 척하며 거짓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결국 꼬리가 밟혀 큰 곤경에 처한다.

토니상 작품상과 극본상 등 6관왕에 빛나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 중인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에반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단절된 인간 관계의 그늘, 소셜미디어(SNS)처럼 파급력이 엄청난 온라인 관계망의 병폐 등을 짚는다. 2015년 미국에서 초연한 뒤 2017년 토니상 작품상과 극본상 등 6관왕에 오른 명작이다. 에반은 거짓이 들통나 엄마와 코너의 부모, 짝사랑하다 사귀게 된 조이 등 자신을 응원하던 모두를 실망시키지만 관객 눈엔 밉상이기보다 가엽게 느껴진다. 에반을 그리 만든 무거운 외로움과 부족한 자신감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텅 빈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누가 날 찾아줄까’(웨이빙 스루 어 윈도), ‘서 있기조차 힘들다 느껴도 세상으로 손 내밀어요. 당신을 찾을게요’(위 윌 비 파운드) 등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만든 음악은 이야기의 설득력과 몰입감을 높여 준다.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알라딘’ 등 인기 영화 음악 창작자로 유명한 파섹과 폴은 ‘디어 에반 핸슨’으로 그래미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에반 역은 동명 영화 개봉 당시 한국어판 주제가를 부른 박강현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출신 김성규, JTBC ‘팬텀싱어4’로 얼굴을 알린 임규형이 번갈아 맡는다. 공연은 6월 23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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