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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속 美 핵항모의 위용… 3초 만에 전투기가 하늘로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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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2 17:00:00 수정 : 2024-04-12 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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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주 남방 공해 상에 떠 있는 항공모함 갑판 위.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가 조종간을 잡았던 F/A-18 슈퍼호넷 전투기 이륙을 준비한다. 승조원이 손을 들어 올리자 항공모함은 고막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를 내며 전투기를 쏘아 올렸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간 전투기는 허공에서 왼쪽으로 기우는 듯하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큰 호를 그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3초 만에 전투기가 떠나간 비행갑판 위를 ‘캐터펄트(catapult·사출장치)’가 만들어 낸 매캐한 연기와 뜨거운 수증기가 금세 뒤덮었다. 10분간 5대가 넘는 전투기들이 순식간에 항모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지난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 ‘한미일 해상훈련’에서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의 F/A-18E 함재기가 이륙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이날 미국 해군은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해당 수역에서 해상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훈련에 참가한 니미츠급 항모인 시어도어 루즈벨트함(CVN-71·10만t급)을 한·미·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미군이 한·미·일 연합훈련 진행 중에 자국의 전략자산이자 ‘기함(旗艦)’인 핵 항모를 3국 취재진에 공동으로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국제취재진은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에서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를 타고 항모에 착함했다. 수송기는 굵은 쇠줄인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에 물고기처럼 걸려 비행갑판 중간에 딱 멈춰 섰다.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은 지상 활주로보다 턱없이 짧아 착륙할 때는 굵은 쇠줄로 잡아 속도를 줄여야 하고 캐터펄트를 통해 전투기를 급가속시켜 갑판 밖으로 쏘아야 한다.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에서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함재기가 발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쪽부터 우리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리아케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다니엘 이노우에함. 해군 제공

루즈벨트함 갑판은 F/A-18을 물론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함재기들로 빼곡했다. 니미츠급 항모들은 통상 웬만한 나라 전체의 공군력과 맞먹는 90여 대의 함재기를 싣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라는 별칭이 있다. ‘탑건: 매버릭’의 이·착함 장면도 루즈벨트함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기에서 내려서 함내로 들어가는 도중에는 함재기에 장착될 공대공미사일로 보이는 무장들도 눈에 띄었다. 함장실에는 이 항모 이름의 주인이자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다룬 사진과 흉상들로 가득했다. 함장실에 설치된 TV는 한국의 LG 제품이었고 TV 아래에는 일본제 소니 사운드바가 구비돼 있었다.

 

이번 항모 공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의 공동대응 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날 훈련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라 한·미·일 국방 당국이 공동으로 수립한 다년간의 3자 훈련계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훈련에서는 한·미·일 참가전력들은 북한 잠수함 및 SLBM 등 북한 수중위협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 대잠전훈련을 실시했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상운송을 차단하기 위한 해양차단훈련 등을 병행했다.

 

미국 해군 제9항모강습단의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단장(해군 준장)이 11일 제주 남방에서 실시된 한미일 해상훈련 관련 한미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국방부 공동취재단

루즈벨트함이 소속된 미 제9항모강습단의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단장(해군 준장)은 취재진과 만나 “이 지역의 위대한 동맹인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것(훈련)은 우리가 동맹국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이는 위기의 시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제주=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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