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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건을 고를 것인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싼 물건. 전자를 택하는 아내와 달랐다. 부부싸움을 크게 한 적 없다는 자부심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오랜 의견 차이 끝에 내린 결론은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다. 물컵에 물이 반 잔밖에, 아니면 반 잔씩이나 남아 있느냐는 인식의 차이가 아니다. 세월이 고집을 깎아내 만들어진 양보도 아니다. 생활의 지혜다. 광교산 자락의 한 수제비 식당을 찾을 때마다 ‘여자 말을 잘 듣자. 자다가 떡이 생긴다’는 문구가 유독 눈에 잘 들어온다.

얼마 전 전기면도기의 면도날 철망 하나가 필요했다. 몇백, 몇천원짜리 부품을 위해 헤드 전체를 바꿀 이유는 없었다. 결국 찾은 곳이 핫하다는 플랫폼 테무다. 배달료 없이 2500원에 주문 가능했다. 할인 쿠폰까지 안겨 주는 덕에 애완견 배변봉투 1봉지, 양말 5켤레, 무선 헤드폰까지 1만5000원에 구매했다. 국내산 양말 네댓켤레 가격으로 대박 득템이다. 싼 물건은 싼 가치를 그대로 증명하는 법. 얇디얇은 양말은 바로 쓰레기통행이었다. 철망 하나로 면도기 제 기능을 살렸으니 그나마 구매 목적은 달성했다.

테무와 알리 같은 중국 저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파는 장신구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한다. 관세청 인천세관이 이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귀걸이·반지 등 장신구 404개를 분석했더니 96개(24%)에서 국내 규정보다 10∼700배 많은 카드뮴과 납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수출로 우리 산업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하는 셈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 그대로다.

아예 비지떡을 비싸게 파는 바가지 상혼은 어떤가. 전국 벚꽃 축제 행사장에서 꼬치어묵 2개를 1만원에 팔고 닭강정 몇 개에 1만5000원을 받는 상인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한 철 장사라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 상춘객의 들뜬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내뱉는 약속은 번지르르하고 목소리는 요란한데 실력과 인품은 형편없는 국회의원 후보만 하겠는가. 오늘 총선 투표일이다. 후보들 중에는 선거철이 지나 사라질 정치꾼도 있겠지만 4년 국정을 책임져야 할 선량도 있다. 비지떡을 사서 후회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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