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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를 몸짓으로 표현한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죽음 아닌 삶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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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7 05:59:12 수정 : 2024-04-07 06: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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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김종덕 예술감독 취임 후 첫 안무작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첩된 결과물로 바라봤어요.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며 성찰하고 삶의 원동력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에 출연하는 여성 무용수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 장면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 국립극장 제공

이달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사자의 서’를 안무한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얘기다. 김 감독이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사자의 서’는 사람이 죽은 뒤 새로 태어나기까지 49일간 헤매지 않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지침서인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시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망자가 느끼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50여 명 단원이 참여한 ‘사자의 서’는 총 3장으로 짜여 망자의 49일 여정을 그린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는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살아 있는 자들의 통곡이 몸짓과 소리로 표현된다. 2장 ‘상념의 바다’는 천진난만한 소년기부터 사랑하고 이별하는 청년기 등 일생을 돌아보는 망자의 회상이 주를 이룬다. 특히, 장례 절차 중 관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발로 흙을 밟는 ‘회다지’를 여성 군무로 재해석한 장면이 돋보인다.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무용수 조용진과 최호종이 각각 ‘죽음을 맞이한 망자’와 ‘회상 속 망자’를 연기한다. 최호종은 “한 역할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한 역할은 삶을 통해 죽음을 본다”며 “(감독님이 잡아준) 틀 안에서 조용진 선배와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음악은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산조’의 음악을 작곡한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황진아가 3장을 맡았다. 황진아는

지난 3일 ‘사자의 서’ 연습 장면 공개 및 기자간담회를 마친 국립무용단 김종덕 예술감독 등 창작진과 무용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무용수 조용진, 김 감독, 황진아 작곡가, 무용수 최호종. 국립극장 제공

“지난해 여름부터 작품을 논의했는데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죽음’이라는 주제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감정선을 잡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죽음과 삶이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해 음악도 상반된 것들이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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