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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도 ‘부정 평가’… 부가세 절반 인하 여당 공약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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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4 14:16:34 수정 : 2024-04-04 20: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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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경우, ‘세수 감소’ 부작용 더 커
단기적 물가 인하 효과 있겠지만
부가세 인하 업종 선정부터 난항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공식품 등에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절반 인하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던 독일의 경우 물건 가격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보다 ‘세수감소’ 부작용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세를 낮췄지만 실제 인하액은 적어 소비자들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던 반면 세수만 크게 축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물가 인하 효과는 있겠지만 부가세 인하 업종 선정에서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현재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공약을 신중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광진구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서 김병민 광진구갑 후보와 오신환 광진구을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4일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이포(ifo) 경제연구소가 2021년 1월 내놓은 ‘독일 한시적 부가세 인하조치 효과 연구’를 보면 연구진은 “부가세 인하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독일은 2020년 7월1일부터 그 해 12월31일까지 일반세율은 19%에서 16%, 식료품과 같은 생활필수품은 7%에서 5%의 감면세율을 적용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1년 10월과 11월 3만명을 대상으로 부가세 인하가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부가세의 한시적 인하가 독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출하도록 유인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인하액이 적어 전혀 차이가 없다’고 답한 이들이 66%에 달했다. 반면 ‘그렇다, 더 많이 지출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부가세 인하 이후 더 큰 소비지출을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는 응답이 34%에 그쳤다. 또 이들 중 84%는 ‘부가세 인하가 없더라도 이러한 소비지출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부가세 인하가 향후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사람 역시 29%에 불과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가세 인하에 따른 추가 소비효과는 63억 유로(9조1896억원)로 추정됐지만 세수 감소액은 200억유로(29조1732억원)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에 “부가세 인하가 당초 기대와 달리 소비를 크게 자극하지 못했다”면서 “부가세 인하 조치는 비용의 3분의 1만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독일 사례처럼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지만 여당과 정부는 부가세 인하를 강행할 방침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절반 인하하는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고, 기획재정부도 “여당의 요청 사항에 대해서는 지원효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방문객이 '1+1'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부가세 인하 혜택이 취약계층에게 주로 돌아가지 않는 데다 세수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가세마저 건드리는 건 우리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가세는 단순 세율(10%)을 적용하고 있어 다른 세목에 비해 경제적 왜곡이 크지 않으면서도 재원 조달 측면에서 안정적인 성격을 가진 세목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56조4000억원 부족했다. 걷힌 세수 중 부가세는 73조8000억원으로, 소득세(115조8000억원), 법인세(80조4000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의 총조세 대비 부가세 비중(2021년 기준)이 1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4%)보다 낮다는 점에서 부가세는 향후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증세가 가능한 세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부가세를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허진욱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출 수 있겠지만 인하 품목에 속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줄어드는 부가세 세수가 적지 않다고 하면 재정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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