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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영화계 매너리즘… ‘분뇨’ 투척하고 싶었죠”

입력 : 2024-02-27 20:27:14 수정 : 2024-02-27 2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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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쿠와 세계’ 사카모토 준지 감독

에도시대 ‘분뇨 장수’ 이야기 그려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세상
지구 저편 일도, 남일 될 수 없어”

“‘오키쿠와 세계’라는 제목에는 ‘이름 없는 사람들도 세계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츄지(간 이치로) 등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키쿠(구로키 하루)와 세계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남의 나라’,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땅으로 이어져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개봉한 일본 영화 ‘오키쿠와 세계’에는 19세기 일본 에도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도시의 인구 밀집 구역에서 분뇨를 사들여 농촌으로 가져가 더 높은 값에 파는 청년 야스케(이케마쓰 소스케)와 츄지, 그리고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 3인의 이야기다.

일본 영화 ‘오키쿠와 세계’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이름 없는 사람들도 세계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그중 가장 중심은 분뇨거름장수 야스케와 츄지. 2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키쿠와 세계’의 사카모토 준지(66) 감독은 “순환형 사회,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환경 문제에 대한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계몽적인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었는데, 여러 자료를 보다 보니 에도시대에 분뇨와 관련된 순환 경제 이야기가 있었죠. 많은 사극 영화가 있었지만 분뇨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없는 것 같아서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신선함 때문에 분뇨를 다룬 것은 아니다. 그는 과거 나리타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분뇨를 투척하며 항의한 사건을 언급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일본 영화계에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일본 영화계에 한 방 먹이고 싶었다”며 어찌 보면 나도 분뇨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주류 영화사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고 돈이 되는 것만 한다”며 “젊은 신인 감독은 1편을 찍고 흥행이 안 되면 그다음 영화를 찍기 어렵다. 일회용처럼 쓰다가 버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키쿠와 세계’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4년 전 장편으로 기획했으나 투자가 안 돼 제작자인 하라다 미쓰오 프로듀서가 자비를 들여 단편 2편을 만들었고, 돈이 모이면서 추가로 더 찍어 지금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가 여러 장(章)으로 나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완결된 단편들이 모였기 때문에 저로서도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관객들도 자세히 보시면 4년 전, 3년 전 배우들의 모습이 보일 겁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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