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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방송국서 발굴된 옛 한국영화 16편 소식 더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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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27 14:00:00 수정 : 2024-01-30 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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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신’(감독 정진우, 1964) 속 배우 엄앵란(왼쪽)씨와 故 신성일씨.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의 영화 발굴 및 복원 소식을 소개해 왔는데, 이번 칼럼에선 새로운 발굴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이번 발굴은 영화와 방송의 관계도 새삼 생각하게 해서 더욱 반갑다. 

 

지난 1월26일 한국영상자료원(이후 자료원)은 1960~70년대 미보유 극영화 16편 발굴 소식을 발표했다. 이로써 자료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1960~70년대 영화는 1,951편으로 늘어나, 전체 제작 편수 2,938편 중 66.40%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한다.

 

발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제작된 한국영화가 모두 남아있는 건 아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최초의 한국영화로 평가받는 ‘의리적 구토’(감독 김도산, 1919), 일제강점기에 화제가 됐던 ‘아리랑’(감독 나운규, 1926) 등도 필름이 남아있지 않다. 2010년에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됐던 ‘만추’(감독 김태용)의 원작인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도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볼 수 없다.

 

제작사나 개인 차원에서 오랜 기간 필름을 보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간 확보, 유지 관리 등도 어렵지만, 이사, 폐업 등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시기까지 지나야 했던 옛 영화는 더욱 그렇다. 영화 자체를 보존이 필요한 문화재로 인식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발굴 소식이 개인적으로 더욱 반가웠던 이유는 발굴 장소 때문이었다. ‘발굴’이라는 단어도 좀 낯설 수 있겠지만, 이번에 88편의 16mm 필름이 발견된 곳은 KBS 수원센터였다. 그동안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박물관, 도서관, 국기기록원,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 관련 인력의 후손, 전문수집가 등을 통해 발굴했던 것과는 다르다. 

 

방송국에서 영화 필름을 찾아냈다고 하니 의외일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TV로 방영한 영화의 필름이 보관된 것이다. 자료원에서는 KBS에서 비디오 등 타 매체와 오랫동안 함께 보관하고 있던 것을 자료원으로 이관하고, 카달로깅(목록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1960~70년대만 해도 동영상의 유일한 저장 미디어는 필름이었으니, TV 방영을 위해서 판권 구입과 더불어 필름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했다. 

 

영화가 탄생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고, TV 방송이 대중화된 것은 20세기 중반이었다. 초기에는 일일 방송 시간도 길지 않았다. 그나마도 새로 제작한 프로그램만으로 방영 시간을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때 영화가 도움이 되었다. TV 방송국에서 영화 판권을 구입 해 방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TV의 등장으로 관객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던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도 매출을 만회하는 기회기도 했다. 관객 입장에서는 개봉 이후에는 보기 힘들었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설의 히트작을 볼 방법이 생긴 셈이었다. 

 

이번 발굴을 통해 TV방송국의 한국영화 방영 관련 추가 자료도 확보했다는 의의가 있다. 1961년에 개국한 KBS가 1962년 한 해 방송한 시간 중 22~33%가 영화였다고 하니, 영화와 방송의 협력에 관한 연구 자료로도 기대가 된다. 예를 들어 자료원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KBS 방영본 필름과 비교해 방송 검열에 관한 연구도 가능하다. 

 

이번 발굴 영화 88편 중 자료원 미보유작 16편은 먼저 디지털화가 된다고 한다. 그중 안현철 감독의 ‘어머니의 힘’(1960), 이병일 감독의 ‘서울로 가는 길’(1962), 정진우 감독의 ‘배신’(1964), 김기 감독의 ‘목메어 불러봐도’(1968), 김수용 감독의 ‘석녀’(1969) 5편은 올 6월에 먼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련 일정을 기다려야겠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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