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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군사작전 전사자 498명”… 짙어지는 축소 의혹

입력 : 2022-03-03 19:44:14 수정 : 2022-03-03 22: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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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당국자, 사망자만 2000명 추산
우크라도 “5800명 이상 전사” 밝혀
러, 당초 “훨씬 적다” 공개 거부해와
자국 불안감 확산도 영향 끼친 듯
NYT “전시 발표 사망자 불확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경찰청 건물. AP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자국 군인이 500명 가까이 숨졌다고 밝혔다. 침공 이후 러시아가 자국의 인명피해 상황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이 지속해서 러시아군의 피해 상황을 공개하자 러시아도 어쩔 수 없이 전황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 중에도 손실이 있다”며 “498명이 임무 수행 중 숨졌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피해 상황에 대해선 “2870명 사망, 부상자는 3700명이며 포로는 572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전에 러시아가 벌인 전쟁에 비해 큰 피해 규모다. 2008년 조지아 침공 당시 러시아군 전사자는 64명이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에는 거의 무혈입성했다. FT는 “러시아가 인정한 전사자는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 발생한 사망자의 거의 5배에 달한다”며 “러시아군이 직면한 저항의 규모를 보여 준다”고 전했다.

 

당초 러시아 국방부는 침공 이후에도 구체적인 전황 공개를 거부하고 “러시아군 손실이 상대국보다 훨씬 적다”고만 주장해 왔다. 러시아군 사망 소식이 자국민 여론에 악영향을 끼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는 러시아 경찰이 침공 후 일주일 만에 반전 시위 참가자 7359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제한된 작전에만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군 피해 상황을 공개하면 약점이 드러나는 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미국에서 앞다퉈 러시아군의 피해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자 러시아도 공개를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침공으로 피난길에 오른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폴란드 동부 루벨스키에주 헤움의 한 기차역에 잠시 선 열차 객실에서 우는 갓난아이를 달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7일째인 이날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 규모는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헤움=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5800명 이상이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미 국방부 당국자는 러시아군 전사자를 약 2000명으로 추산했다. 이에 비하면 러시아군이 인정한 피해 규모는 훨씬 작아, 여전히 국방부가 수치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NYT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장 모두 객관적인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전시에 발표하는 사상자는 믿지 못할 것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전사자 공식 발표에 국민 사이에 불안이 퍼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수도 모스크바의 군사 모집 사무소가 지난주부터 하루 2000통 넘게 ‘우리 자녀가 안전하냐’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포로로 잡힌 러시아 병사들의 동영상을 활용해 심리전을 벌이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폐쇄하고, 가짜뉴스 유포자에게 15년형을 선고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동요는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도 개전 후 민간인 최소 2000명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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