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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 결사항전에 막힌 러시아… 푸틴 ‘핵카드’까지 꺼내들어

입력 : 2022-02-28 22:19:07 수정 : 2022-02-28 23: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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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개전 초기 전세에 당황

당초 48시간내 키예프 함락 예상
거센 저항에 5일째 진입 시도만

남성 수만명 피란길서 유턴 참전
‘아프간戰 악몽’ 재현 우려 전망도

푸틴 실제 ‘핵행동’ 가능성 작지만
궁지 몰리면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러 우방’ 벨라루스, 핵보유안 통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침공군과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 수도 키예프의 거리에서 불타는 군용 차량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키예프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생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48시간’이면 수도 키예프와 4개 도시를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시민의 거센 저항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 들자 서방은 실제 단추를 누를 가능성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침공 개시 48시간 안에 키예프를 포함한 주요 도시를 장악한 뒤 키예프 페체르스크 수도원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는 장면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푸틴이 2004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찾은 곳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은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될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우크라이나는 군사 전문가들 예상을 깨고 잘 버티는 중이다. 러시아 수호이 Su-30 전투기와 수송기를 격추시켰고, 탱크 수십대와 장갑차 수백대를 폭파시켰다. 크루즈미사일 요격에도 성공적인 모습이다.

 

20년 동안 군에서 복무한 케빈 프라이스 전 소령은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 크림반도를 빼앗긴 뒤 전력을 증강했는데 푸틴은 ‘풋내기’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며 “러시아 전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탱크가 장갑차와 보병 지원 없이 마을로 진입하는 장면도 목격된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마당에서 민방위 대원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다. 키예프 AP=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피란길에 올랐다 다시 조국으로 돌아올 정도로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지난 24일부터 지금까지 약 2만2000여명이 국경초소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온몸으로 탱크를 막아 세우고 여성들은 화염병을 만들어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전쟁의 수렁’에 빠진 것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유사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련은 1979년 12월 친소련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무자헤딘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맹렬한 저항에 부딪혀 10년 만에 빈손으로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26일(현지시간) 국경을 넘어 폴란드의 프세미실에 도착하고 있다. 프세미실 AP=연합뉴스

그러나 러시아는 핵 보유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원대한 계획이 무너지고 있다. 궁지에 몰린 대통령은 훨씬 더 무자비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에 대해 “분쟁 내내 푸틴한테서 봐왔던 하나의 패턴”이라며 “우린 푸틴의 패턴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핵 전문가인 매튜 크로닉도 푸틴 대통령의 대응이 교과서적인 전략이라며 실제 핵 행동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엄포’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는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범을 2020년에 ‘군사행동 확대 예방 및 종료를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핵 정책 전문가인 케이틀란 칼매지 조지타운대 교수는 FT에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국장도 “핵탄두를 이동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분산 배치해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는 전날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찬성 65.16%로 통과시켰다. 러시아가 유럽 코 앞인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윤지로·이병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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