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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국 국기 눈에 띄는 곳 부착해라”… 허울뿐인 ‘인류운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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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5 11:30:00 수정 : 2022-02-25 11: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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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두둔하는 中… 교민에 “중국 국기 부착” 강조
中 오판 가능성 제기… 중·러 정상회담 감안시 ‘묵인’ 가능성도
시진핑 강조 ‘인류운명 공동체’… 러시아 침공엔 ‘모르쇠’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국기는 신체의 눈에 띄는 곳에 부착하라.”

 

중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기로 하는 등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을 생사의 기로에 서게 한 러시아의 침공을 두둔한 중국이 자국민을 챙기는 행태를 보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렇게 말하던 ’인류운명공동체’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우크라 中 교민 대상 전세기 운영키로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대사관은 24일(현지시간)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긴급 통지’에서 “우크라이나 국내 정세가 급격히 악화해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국민과 기업이 비교적 높은 안전 위험에 처했다”며 “전세기 귀국에 관한 사항을 준비하기 위해 인원 등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전세기 탑승 여부는 개인별로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전세기 파견 시기는 비행 안전 상황을 근거로 정해지며, 미리 통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내 ‘안전 수칙’을 발표하며 “자동차로 이동시 주유 가능 여부를 주의하고, 중국 국기는 신체의 눈에 띄는 곳에 부착할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 항상 단결, 투쟁, 상호 원조의 훌륭한 전통이 있고, 서로 돕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역상, 유학생, 화교 등 6000여명의 중국인이 머물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中, 러시아 침공 오판?… 묵인 가능성 배제 못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달리 중국은 러시아 침공설을 ‘가짜뉴스’라고 치부하며 교민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15일 “현 상황에서 전쟁을 과장하고 부추기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했고, 16일에는 “미국과 서방의 일부 사람이 끊임없이 선동과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러시아 침공설을 부인했다.

 

이에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오판’을 했거나, 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베이징동계올림픽(4∼20일) 개최 분위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부정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한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소통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이럴 경우 중국이 올림픽 분위기를 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알고서도 묵인한 꼴이 돼, 도덕적 책임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中 “러의 부득이한 조치”… 침공 후에도 두둔

 

더구나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에 따라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두둔하는 성격의 발언을 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나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일관해서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복잡하고 특수한 경위가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왕 부장에게 “미국과 나토가 약속을 저버리고 계속 동진을 해신 민스크 조약 준수를 거부하고 유엔 안보리 제2202호를 위반했다”며 “러시아는 부득이 자기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에 동조를 한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권리를 인정한다면서 ‘양비론’을 유지하는 듯했지만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 중인 러시아의 행위에 대한 평가나 비판 없이 러시아의 침공 동기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은 반드시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허울뿐인 시진핑의 ‘인류운명 공동체’

 

러시아 침공에 대한 중국의 행태를 보면 시 주석이 인류 평화와 다자주의를 위해 금과옥조처럼 꺼내든 ‘인류운명 공동체’ 주장이 허울뿐이란 것이 명백해진다.

 

시 주석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 또는 정상급 인사와 연쇄 회담에서 “인류는 하나의 지구촌에 생활하고 운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됐다”며 “각종 긴박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면서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새 시대의 ‘노아 방주’에 타야 인류의 미래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인류운명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25일 유엔 연설에서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일방주의, 보호주의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의 압박이 심할 경우 꺼내들던 ‘인류운명 공동체’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백명이 죽었을 때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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