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프리즘] 기후위기와 기온 변동성

관련이슈 사이언스 프리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2-02-23 23:16:25 수정 : 2022-02-23 23:16: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구온난화 지역별 차이 보여
대기흐름 변화 미래에 더 교란
극한 기온 현상 불러 피해 야기
기상변수 변동폭도 커져 위험

입춘이 2월 초였는데 3월을 목전에 둔 지금 여전히 추운 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날씨에 관심이 있다면 올해 겨울철 날씨의 큰 특징 중 하나가 큰 폭의 기온 변동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2월 첫째 주 전국 기온은 평년에 비해 1.2도 이상 낮아 매우 추웠지만 2월 둘째 주는 오히려 1.1도나 높아 2주라는 짧은 기간에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이것이 기후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적 이유에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평년과 확실히 다른 날씨 패턴, 큰 폭의 기온 변동은 우리가 ‘기후위기’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기후과학자들의 관심은 지구 평균기온이 꾸준히 높아지는 온난화 경향성에서 벗어나 기온의 변동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겨울철 평균기온은 오르더라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강하고 파괴적인 한파나 겨울철 이상 난동 발생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겨울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도 기온 변동폭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 기후역학

기온 변동성이 점점 큰 폭으로 커지는 것이 왜 문제일까? 이는 결국 극한 기온 현상, 예를 들면 겨울철 한파 또는 이상 난동, 그리고 여름철 열파와 이상 저온 현상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극한 기온 현상은 기상이 유발하는 재해 중 가장 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는 여름철 열파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중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재해는 1994년 여름철 열파로 이 기간 3000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큰 폭의 기온 변동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영역이 생태계이다. 큰 폭의 기온 변동성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개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개체의 성장을 방해 또는 교란하여 정상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최근 겨울의 문턱에서 진달래와 철쭉이 피어나는 등 계절을 모르게 피어나는 꽃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생태계가 얼마나 교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올해도 겨울이 제철인 딸기 생산량이 많이 줄어 딸기값이 금값이 된 사실을 예로 들 수 있다. 딸기는 보통 모종을 9월쯤 옮겨 심고 나서 11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지난해 늦가을 이상고온으로 병이 유행한 게 겨울철 딸기 수확이 줄어든 결정적 원인이었다.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큰 폭의 기온 변동성을 일으키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기온 변동성의 특징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정확한 답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균등하게 일어나지 않고 지역별로 차이를 보여 대기흐름의 큰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즉 온난화가 지구 전체를 골고루 더워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을 좀 더 집중적으로 뜨거워지게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고 얼음이 사라진 곳에선 엄청난 양의 열과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공급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의 대기흐름을 변화시켜 결국 큰 폭의 기온 변동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이제 자명한 일이다. 지구온난화를 단순히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전 지구의 평균온도를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인 1.5∼2도로 상승폭을 억제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동반되는 다양한 기상 변수(대기 순환, 강수, 바람, 습도 등)의 변화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지구가 골고루 온도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불균질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1.5∼2도로 억제되더라도 지역적으로는 훨씬 높은 온도 상승이 있을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온도가 높아지고 낮아짐으로 인해 전 지구 대기의 흐름이 미래에 더욱 교란되어 기온 변동의 폭이 커지는 현상뿐만 아니라 강수나 바람 같은 기상 변수의 변동폭도 우리가 경험해 왔던 것과 다른 특성을 충분히 보일 수 있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 기후역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