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주식 보유액 3%로 제한
‘취득원가’ 기준→‘시가’로 평가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
32조 상당 강제 매각해야 할 판
‘삼성물산이 인수’ 방안 있지만
7조원 상당의 세금이 걸림돌로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을 마무리했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삼성생명법’이 이재용 부회장 지배구조의 변수로 남아 있다.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 등에 따라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을 받은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삼성생명법은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보험업법 개정안)으로,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총자산(지난해 말 기준 약 310조원)의 3%인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로 치면 6.6% 규모다. 삼성화재 역시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1.49%) 중 0.5%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룰’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두 회사의 삼성전자 합계 지분율은 현재 10%에서 3%로 낮아진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21.18%에서 14%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로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신 인수하는 방안이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해결책으로 꼽힌다. 인수자금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면 확보할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천문학적인 세금이다. 법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22%에 달하는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내야 할 법인세만 최근 주가 기준 7조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실제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없는데 시세차익 명목으로 조단위 세금만 부담하게 되는 꼴이다. 게다가 총수 일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희생한다는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약 54조원의 삼성물산이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인수하면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만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18% 이상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차익을 배당금으로 돌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물산(19.34%)과 이 부회장(10.4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92%),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3.46%) 등 총수 일가가 최대주주로 등극해 있다. 배당이 이뤄지면 수혜는 총수 일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는 ‘삼성생명법’ 통과를 가정해 한 것으로, 그간 보험업법 개정안이 번번이 국회 벽을 넘지 못한 만큼 이번에도 법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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