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혁신/은종학/한울아카데미/4만9000원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인 저자는 ‘공산당 일당 통치체제’라는 단선적 비판보다는 주로 어떻게 혁신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경제대국을 일궈냈는지를 살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무관한 개념인 것처럼 보였던 ‘중국’과 ‘혁신’이라는 두 개념은 이제는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화웨이, 화루이,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민간 공룡 기업들이 성장해 온 과정, 그리고 중국 국가혁신체제의 구조와 양상을 탄탄한 논리로 풀이했다.
저자는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 따라하기를 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여 크게 고도화됐다”고 평가한다. 비록 모방이지만 단순 복제 단계에서 창조적 모방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혁신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외자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과학기술 분야에서 남미 각국과 중국 모델은 다르다고 분석한다. 남미 각국의 기술은 미국 등 서구에 종속되어 정체됐지만, 중국은 ‘기술굴기’ 즉,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을 모방하되 일본 한국 대만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적인 기술 추격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분야에서 중국은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분야의 경우 한국에서는 의료법, 개인정보법 등의 규제가 많고 대형 병원, 소형 의원 소속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은 다르다. 오프라인으로 충분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오히려 온라인 의료 서비스의 혁신은 선진국에 비해 빠른 편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활발한 응용 단계에 들어가 있다.
물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각 분야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점은 여타 선진국들과 다른 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신용카드 보급은 크게 뒤처져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소매금융 시스템은 아예 신용카드를 건너뛰어 스마트폰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직행하고 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고 전격적인 이동 양상이다. 혁신을 통해 성장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중국 경제 및 중국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서라 할 수 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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