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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성탄절과 캐럴에 숨어있는 관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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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8 22:30:50 수정 : 2020-12-18 22: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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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세기 해질 때까지가 하루
성탄 전야 ‘이브’가 성탄절 시작
캐럴에는 기독교권 문화 담겨
넒은 의미의 ‘월드뮤직’ 아닐까

팬데믹 시대에 맞이하는 송년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함께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마음을 다잡고 더욱 강력한 방역에 신경을 써야 내년 이맘때 즈음에는 송구영신의 참뜻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회에서는 연말연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성탄절에 관한 역사와 관습, 그리고 성탄절에만 들을 수 있는 캐럴에 대해서 살펴본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은 3세기 무렵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성탄절 날짜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12월 25일 이외에도 1월 6일, 3월 21일 가운데 하루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12월 25일이 성탄절로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 4세기 이후부터였다. 당시 사람들은, 자정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자정을 하루로 부르는 현대인과 다르게, 전날 해가 질 때부터 다음날 해질 때까지를 하루로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성탄절 기준으로 따르자면 성탄 전야 이브가 사실상 성탄의 시작이며, 12월 25일 해가 지는 순간 성탄절이 끝나는 셈이다. 이 관습이 지금까지 남아 성탄 전야, 크리스마스 이브는 유독 성탄절에서 각별하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로마가톨릭 교회와 개신교에서는 12월 25일을 성탄절로 보내고 있지만, 지금도 동방정교회에서는 1월 6일을 따로 공현절이라는 이름으로 지낸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이 그레고리우스력이라는 교회력이기 때문이다. 공현절을 지내는 동방정교회에서는 율리우스력을 채택해 지낸다. 달력의 차이와 오차 때문에 예수님 오신 날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12월 25일을 채택한 이유와 기원에 대해서도 여러 학설이 있다. 원래 12월 25일은 기원전부터 로마나 이집트 등 이교도 지역에서 태양 숭배 및 관련 신화에 따라 ‘무적의 태양신’ 축일로 기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은 한 해 가운데 해가 가장 짧아지는 동지에 즈음해서 다시 해가 길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결국 서기 350년, 교황 율리우스 1세가 12월 25일을 그리스도 탄생일로 선포한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전통으로 굳어졌다. 그러니까 예수 탄생일로 보는 게 맞는지의 여부를 떠나, 당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문화에 맞게 토착화된 증거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성탄절에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을 들자면 역시 크리스마스 트리일 것이다. 이 장식에 대해서는 고대 이집트 동지제 기원설이나 로마제국 당시 월계수 가지 장식에서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전나무로 장식하는 관습에 관해서는 마르틴 루터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이 종교 개혁자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숲속을 산책하고 있다가, 눈이 쌓인 전나무와 그 주변을 환히 밝히는 달빛을 보고 이렇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출 수 있는 존재다.” 이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마르틴 루터가 전나무 한 그루를 집으로 가져와 장식한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효시인데, 전나무에 장식한 솜이 눈 모양이고, 빛을 내는 리본, 그리고 촛불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한다. 독일 캐럴 ‘오 탄넨바움’의 가사가 이 마르틴 루터의 이야기와 맥락이 같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성탄절의 상징이 바로 캐럴이다. 캐럴이라는 말 자체는 원래 프랑스어 ‘캐롤(carole)’에서 왔는데, 중세시대 때 둥글게 모여서 추던 춤과 그때 사용한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지금이야 캐럴이 성탄절 즈음에 부르고 듣는 노래로 굳어졌지만, 원래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흔히 말하는 교회력에 맞게 각 절기에 불리는 캐럴이 있었다. 그러다가 대림 시기와 성탄절에 맞춰 불렀던 캐럴들이 유명해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캐럴 속에서도 세계 각지의 관습, 특히 기독교문화권의 문화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캐럴 역시 넓은 의미의 ‘월드뮤직’이 아닐까 나름대로 억지를 부려본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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