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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혀 있던 시집 발굴, 서가에 다시 꽂다

입력 : 2020-11-25 01:00:00 수정 : 2020-11-24 20: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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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복간 시집 시리즈 시작
김사인 시집 등 1차본 열권 출간
“2차분, 김옥영 첫 시집 등 염두”
복간 시집 시리즈인 ‘문학동네포에지’로 나온 성석제의 ‘낯선 길에 묻다’와 김사인의 ‘밤에 쓰는 편지’.

문학동네가 복간 시집 시리즈인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했다. “파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집을 발굴하고, 숨어 있기 좋았던 시집을 골라내며, 책장 밖으로 떨어져 있던 시집을 집어 서가에 다시 꽂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시사를 관통함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시의 독본들을 친절히 제공해드릴 참이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복간의 기저를 비단 문학동네에 적을 두었던 시집만을 필두로 하지 않는다는 걸 특징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1차분 열 권은 김언희, 김사인, 이수명, 성석제, 유형진 시인 등의 첫 시집으로 채웠다.

김사인의 시집 ‘밤에 쓰는 편지’는 “1970∼1980년대를 까맣게 덮었던 그 밤, 폭력과 부조리의 시대를 밝히며 희미한 빛으로 써내려간 시편들을 엮어” 만든 시집이다. 그릇된 시대와 정의 없는 폭력 앞에 끝내 굴하지 않았던 시인은 세 번을 징역을 살며, 그 사이사이는 길 위에서 춥고 매서운 밤을 견뎠다. 따라서 그의 시는 “스쳐지나는 법 없이 꼬박 새우고 온몸으로 품어냈던, 남들보다 더 시리고 뼈아프게 살아온 밤의 흔적”이다. 시인의 마음은 이처럼 높고 단단하나 정작 마음이 기우는 지점에는 작고 여린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빛바랜 머리칼로 찬비 견디는 풀잎들”(‘밤에 쓰는 편지’), “철 놓친 수레국화 몇 송이”(‘월부장수’), “냉차 장수 아줌마의 땀 배인 콧등”(‘동인천역 풍경’) 같은 것들이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소설가란 호칭이 더 익숙한 성석제의 시작은 시인이었다. 1986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 시부문에 당선되어 집필을 시작했고 1995년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5.4초’를 발표하기까지 두 권의 시집(‘낯선 길에 묻다’, ‘검은 암소의 천국’)을 냈다. 문학동네포에지로 나온 시집은 두 권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성석제는 첫 시집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질문, 존재의 본질을 향했고”, 두 번째 시집에서는 이 질문에 “일상의 희비극, 현실의 면면들이 섞여 들었다”고 한다.

문학동네는 “2차분 역시 김옥영, 이문재, 염명순, 안도현 등의 첫 시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문학동네포에지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면 여한이 없을 성싶다”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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