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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그리움과 회한 담은 안데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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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0 22:47:22 수정 : 2020-11-20 22: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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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볼리비아 잉카제국 중심
전통음악 대부분 이곳서 출발
연주단 우루밤바·로스 잉카스
안데스 음악 세계적으로 알려

지난 회에서, 사람들이 세계 각지의 음악에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다. 예를 들어 팝 가수 사이먼앤드가펑클의 노래 ‘엘 콘도르 파사’ 속에 안데스 사람들의 장례 문화와 음악에 고인을 기리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 같은 것이다. 여기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콘도르의 상징, 그리고 전통 관악기 케나의 유래 등등. 문화를 경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곳으로 날아가 현지에서 체험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거의 불가능한 팬데믹 시대에서는 음악만큼 새로운 비대면 문화 체험의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매체는 관계없다. 보다 효율적이면 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회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음악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루려 한다. 바로 안데스 지역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리적인 거리로만 이야기하자면 비행기로 꼬박 하루 이상 걸리는 곳이지만, 확실히 안데스 사람들의 정서는 우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안데스 문화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많다. 안데스를 상징하는 마추픽추의 축조술이라든지, 지상 최고의 미술작품이라 불리는 나스카 평원의 그림이 모두 안데스 문화의 결과물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잉카제국의 영광은 단 200년간 이어졌을 뿐이다. 청동기를 중심으로 생활권이 잡혔던 수십만명의 잉카제국은 총과 철기 문화로 무장한 100명의 스페인 침략자들에게 무너져 버렸다. 물론 스페인 침략자들이 철기와 화포로 무장했다는 사실은 사람 숫자가 의미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외부와 단절된 잉카 사람들이 바깥세상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악만 놓고 보면 안데스 음악은 지금까지 유지되는 축복을 받기도 했지만, 찬란했던 잉카문화가 한 번에 몰락한 것은 결국 인간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이겨 나가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확인시켜 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잉카제국의 중심지로 알려진 곳은 서쪽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페루와 동쪽 내륙에 위치한 볼리비아이다. 우리가 듣고 즐기는 대부분의 안데스 전통음악이 바로 이 두 나라로부터 출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두 나라가 잉카제국의 중심지였으며 이후 칠레, 에쿠아도르, 아르헨티나 북부 등 안데스 지역의 문화가 전파되고 지금까지 유지된 곳은 잉카제국이 확장되면서 그들의 영토를 점점 넓혀가며 세력을 넓힌 곳으로 보면 된다. 안데스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린 여러 아티스트들 중에는 역시 엘 콘도르 파사로 유명한 우루밤바(Urubamba)와 로스 잉카스를 뽑지 않을 수 없다.

로스 잉카스는 안데스 음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연주 단체들 중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인기를 얻으며 안데스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을 했다. 로스 잉카스가 폴 사이먼에게 발견된 때는 1962년이었는데, 당시 미국 팝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의 일원 폴 사이먼이 파리의 한 거리에서 이들을 발견했다. 당시 로스 잉카스는 안데스 원주민들 특유의 복장을 하고 삼포냐와 케나, 차랑고, 그리고 타악기 봄보 등 안데스 전통악기를 거리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이때 폴 사이먼은 ‘이거야말로 내가 가야 할 음악이다’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바로 그 유명한 ‘엘 콘도르 파사’이다. 안데스 지역에서는 독수리의 일종인 이 콘도르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해 주는 전령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엘 콘도르 파사’에서는 콘도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기원하는 안데스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이후 로스 잉카스는 1963년 독집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만, 아쉽게도 로스 잉카스는 두 개의 그룹으로 갈라섰다. 하나는 폴 사이먼과 함께 활동하는 ‘우루밤바’인데, 원래 이름은 브라질 아마존강의 원류가 되며 잉카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큰 강 이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그룹 로스 잉카스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월드뮤직 용어 속에서 안데스를 대표하는 연주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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