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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곤충은 귀뚜라미 종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미도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늦털매미는 일반적으로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인 9월쯤에 땅속에서 나와 울기 시작한다. 여름에 듣는 우렁찬 말매미나 방정맞은 애매미 소리와는 다르게 가을과 어울리는 은은한 음색으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가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테지만, 매미 소리라기보다는 오히려 여치와 같은 알 수 없는 풀벌레 소리라고 여겼을 수 있다.

늦털매미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매미가 우리나라에 또 있는데, 이름도 비슷한 털매미이다. 얼핏 보기에는 늦털매미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크기나 색깔이 흡사하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뒷날개 색깔이 두 종을 확연하게 구분해 주지만, 보통 나무에 앉아 있으면 뒷날개는 보이지 않아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렇듯 닮은 두 종이지만 이들은 만날 수 없는 운명이다. 털매미는 여름이 시작하는 5월 말 정도에 나타나서 여름이 깊어가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늦털매미는 보통 9월쯤에 나타나기 때문에 두 종을 같은 시기에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긴 세월 동안 한 종은 여름의 시작을, 다른 한 종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북미에서 17년매미가 대량 발생한 해이다. 2003년에 한 번 대발생했다가 깜깜한 땅속에서 17년을 살고 올해 다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났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지만 땅 위에서 빛을 보며 살다가 다시 사라졌다. 매미들의 생활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여름의 시끄러운 매미 소리도 그들만의 세레나데로 이해하고 배려할 여유가 생기게 된다. 긴 시간을 땅속에서 기다리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자 죽음을 무릅쓴 외침이니 말이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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