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19명으로 닷새째 100명대를 유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시민들이 이동을 자제한 데다 휴일 검사건수가 평일보다 줄어든 탓이 커 안심하기는 이르다. 물류센터·콜센터 등에서 집단감염 확진자가 꾸준히 늘고 국회가 개방 이틀만에 본청 일부와 소통관이 폐쇄되는 등 불안감은 여전하다. 급기야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고향·친지방문 자제를 당부하면서 실내 봉안시설 방문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단체들은 다음달 3일 개천절 대규모 도심 집회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서 서울 광화문 등에서 벌어진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가 527명까지 늘어난 게 보이지 않는가.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이 우선이다. 집단 이익에 매몰된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음식점 등이 일찍 문을 닫자 일부 시민들이 한강변에서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인다고 한다. 인천에서는 경찰관들이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한밤중에 술을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다.
지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나랏빚을 내서 2차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판국이다. 어렵사리 도출한 의·정 합의에 따라 전공의들이 8일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 구제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다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사 국가고시 재연기나 시험 접수기간 추가 연장은 불가하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의협은 합의안 파기까지 들고 나왔다. 또다시 의료계와 정부가 정면 대결로 치달을 경우 어렵사리 유지해온 방역전선이 버텨낼지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가 신속하게 취한 조치가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한 건 성급한 측면이 크다. 섣부른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위기를 자초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순간의 방심이 방역의 둑을 허물 수 있다. 명절에 가족 얼굴 보기조차 부담스러운 엄중한 시국에 방역에 딴지를 거는 반(反)공동체적 행위는 즉각 멈춰야 한다. 의료계도 자중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 또다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명분은커녕 실리까지 잃을 게 뻔하다. 국민들도 일상의 불편을 조금만 더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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