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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품권, 코로나發 경기침체 탈출 ‘마중물’로 각광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30 05:00:00 수정 : 2020-03-30 00: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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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빈틈 메울 ‘처방전’ 부상 / 전국서 발행 땐 최대 생산유발 3조원 / 취업유발 인원 3만명 육박 전망 나와 / 주민들 음식점·편의점 등서 소비 활발 /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지역 경제 도움 / 이자 없어 법정 통화보다 우선적 사용 / ‘상품권 깡’ 등 부정유통 방지는 숙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역사랑상품권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자체 가맹점에서만 사용가능한, 일종의 지역화폐다. 백화점 상품권과 같은 형태의 지류(종이)와 카드, 모바일 3가지가 발행된다. 지역상품권 활성화는 주민과 소상공인, 지자체 모두에 이득이다. 소비자들은 식료품비와 외식비, 학원비 등을 10∼20%(캐시백 포함)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은 늘고 카드 수수료 등 부대비용은 줄어든다. 지자체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계와 소상공인, 지역경제 모두에 윈윈

 

지역상품권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긍정적 효과는 국내외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사항이다. 29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지행연)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뵈르글은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허덕이던 1932년 지역화폐를 발행해 경제 활성화와 실업난 극복에 큰 도움을 받았다. 지행연은 “(이자가 붙지 않는) 지역화폐는 법정통화(실링)보다 훨씬 빠르게 순환하고 유휴 생산자원(실업자)을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2012년부터 각각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한 프랑스 낭트(소낭트)와 영국 브리스톨(브리스톨파운드)은 지역 내 소비 촉진을 통해 농가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살리고 있다.

 

국내 지역상품권 발행 지원 역사는 3년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경제적 효과는 유럽 등을 능가한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와 2018년 5월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고사 위기에 처한 전북 군산시가 대표적이다. 군산시는 2018년 9월부터 지역 상품권을 발행했는데 2019년 말까지 유통된 상품권은 4910억원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군산사랑상품권 8412개 가맹점의 순매출은 4302억원으로 업소당 5114만원의 매출이 상승했다.

 

도내 31개 시·군 모두에서 지역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경기도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컸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가맹점 2569개 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6%가 “상품권이 매출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경기 상품권은 2019년 4∼9월 2661억원이 사용됐는데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4901억원, 부가가치유발은 2044억원, 취업유발은 2591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지행연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역상품권이 발행돼 모두 판매될 경우 예상되는 생산유발액은 898억∼3조2128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은 387억∼1조3837억원, 취업유발인원은 820∼2만9360명에 이른다. 지역상품권은 지난해까지 171개 지자체에서 2조3000억원 정도가 발행됐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는 181개 지자체가 1조690억원을 발행했는데 연내 대구·대전 등이 추가로 발행하게 되면 총 223개 지자체가 지역상품권을 발행하게 된다. 전체 지자체(243개)의 91.8%에 해당한다.

◆“구매 후 3주 뒤 음식점·편의점 등서 소비”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역상품권의 발행·판매 확대를 추진 중이다. 2020년 본예산에 3조원 규모 상품권 발행을 위한 지원금(발행액의 4% 지원)을 1113억원 책정한 데 이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6월 지역상품권 3조원 추가 발행을 위해 국비 2400억원을 추가했다. 이로써 시·도는 6월까지 최대 6000억원, 시·군·구는 600억원 지역상품권 발행액에 대한 국비 8%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지역상품권 할인율은 3∼6월 4개월 동안 10%까지 상향되며 1인 구매한도 역시 100만원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서 지역상품권이 주효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우선 상품권 유통기한이 5년인데 구매자들이 상품권을 곧바로 가맹점에서 쓰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상품권의 월 평균 환전율은 95%에 달한다고 반박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저축하면 이자가 붙는 현금과 달리 상품권은 추가 이자가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2018년 최초 발행된 군산사랑상품권의 경우 구입 후 평균 21일 뒤 소비했고 70일 이내 100% 소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역상품권 사용처가 너무 오프라인에 치우쳐 있어 코로나19 유행으로 최대한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소비행태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행안부는 이 또한 상품권을 발행하는 취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군산의 ‘배달의 명수’나 인천의 ‘인천e음몰’ 등 일부 지자체가 배달앱이나 인터넷몰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주된 정책대상은 코로나19 유입 이후 온라인 위주의 소비로 더욱 어려워진 전통·골목시장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다.

 

지역상품권을 쓸 수 있는 상품·서비스가 식료품 위주라는 비판에 대해 행안부는 예상보다 다양한 업종에서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 사용된 1조9000억원 규모의 지역상품권 용처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카드형의 경우 일반휴게음식(28.4∼38.5%), 슈퍼마켓·편의점 등 유통업(14.6∼16.2%), 학원(8.4∼8.7%), 제과·정육점 등 음료식품(6.3∼8.5%) 등에서 주로 쓰였다.

 

정부는 지역상품권의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보완해 상품권이 소비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기동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은 “지역상품권 구매 촉진과 (상품권깡 등) 부정유통 방지를 위해 신고포상제와 모바일·카드형 상품권 도입 독려, 상품권 일련번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하는 시기이긴 하나 일상 및 골목경제에서의 최소한의 소비가 이뤄져야 지역경제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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