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일부 여성들의 반발에 결국 입학을 포기한 20대 트랜스젠더 여성을 두고 정의당이 교육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이 여대의 폐쇄성과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페미니스트들의 행태를 잘 보여준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 없는 주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여대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은 교육에서 소외돼온 여성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면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입학했다면 이는 숙명여대의 설립 목적에 하등의 어긋남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며, 성소수자 차별이 심각한 우리나라에 사회적 울림을 주는 사건이 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대한민국 학교는 성소수자 학생을 환대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드러났다”면서 “교육당국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숙명여대 합격으로 화제를 모은 A(22)씨가 전날 등록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로는 국내 최초로 여대생이 될 뻔한 A씨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는 말로 입학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법원에서 성별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적으로도 여성이 됐다.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A씨는 숙명여대 정시모집에 지원, 합격했다.

그의 합격 소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학내외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숙명여대에는 그의 입학을 각각 찬성·반대하는 자보 여러 장이 나란히 붙기도 했다. A씨의 입학에 찬성하는 한 자보에서는 “그 누구도 A씨 스스로의 판단과 법원의 성별정정 허가를 부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입학은 정당하다”고 강조한 반면, 입학에 반대하는 ‘숙명은 여성의 공간이다’라는 제목의 자보에서는 “우리는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의 공간을 보전하고 확장해야 한다”며 맞섰다. 관련 동아리나 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을 냈고, 온라인공간도 뜨겁게 달궈졌다.
온라인공간에서는 이번 일과 관련해 “페미니스트들이 겉으로는 PC(정치적 올바름)를 추구하는데, 실상은 ‘여성우월주의’ 사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여대의 필요성도 도마에 올랐다. 한 누리꾼은 “과거처럼 교육에서 남녀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여대를 남겨놓는 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의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브리핑 자료 아래엔 “교육당국이 무슨 상관이냐”거나 “숙명여대생들의 반대를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정의당 강 대변인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희 당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우리나라 교육이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A씨의 합격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숙명여대생 등이 차별이나 혐오 발언을 하게 된 데에 교육당국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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