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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넘쳐 2년 새 REC價 69% 폭락… 사업성 ‘날개 없는 추락’ [심층기획 - 빛 잃은 태양광]

입력 : 2019-11-07 06:00:00 수정 : 2019-11-06 19: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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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더 이상 황금알 아니다 / 1㎿ 이하 소규모 업자 전체 92% 차지 / 정부 정책만 믿고 너도나도 사업 참여 / 대부분 수천만∼수억 빚내 발전소 지어 / 주수익 REC 타격에 이자도 감당 못해 / 한전 자회사들마저 사실상 투자 손실 / 발전사 구매 의무 전력량 한정됐는데 / 장밋빛 전망에 민간 공급 폭증한 결과 / “전기가격 올리자” vs “땜질 처방” 갈려
“정부 정책만 믿고 태양광 발전 사업에 투자했는데, 1년 사이 이렇게 가격이 하락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안정적 노후를 꿈꾸며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권모(58)씨는 최근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그는 2017년 10월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했다. 순수익이 한 달에 220만원은 된다는 분양사업자의 말에 투자를 결정했다. 자신과 아내의 몫으로 1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2개 분양받는 데 각각 2억3000만원씩 4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자신의 몫인 발전소를 짓는 데는 은행에서 1억2000만원을 대출했다. 그의 장밋빛 기대는 2년 만에 무너졌다. 사업자 수익 요소 중 핵심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 가격이 폭락한 때문이다.

 

◆REC 가격, 2017년 대비 69%나 폭락

REC는 재생에너지업계의 ‘주가’이자 ‘화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전량에 비례해 정부에서 REC를 발급받은 뒤 주식 거래처럼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하고, 생산된 전력은 전력거래가격(SMP)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6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육지 REC 평균가격은 3만9561원까지 떨어졌다. 2017년 평균가격 12만8000원과 비교하면 69%가량 하락한 것이다. 한정된 거래 시장에 신규 사업자들이 계속 진입하면서 REC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권씨는 “10% 안팎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큰 폭으로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런 식이면 어떻게 정부를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권씨와 같은 1㎿ 이하 중·소형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전체의 92% 이상을 차지한다. 적게는 몇천만 원, 많게는 몇억 원을 들여 태양광발전소를 지은 소규모 업자들로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소규모 업자 중에는 총비용의 80∼90%까지 빚을 내 투자한 업자들은 이자내기도 벅차다며 아우성이다. 권씨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6년이면 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산이었는데 지금은 10년이 넘게 걸려도 원금회수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모임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오는 12일 오후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는 데 앞장선 사업자들이 빚더미에 앉았다“며 “나라에서 권장하는 사업에 나선 영세사업자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희생양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촛불로 만들어진 문재인정부가 정부를 믿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촛농을 참가자들의 몸에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소규모 사업자뿐 아니라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 역시 투자실적이 저조하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한전 발전자회사들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회사의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회사 40곳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4733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결산기준 투자이익률이 -0.8%를 기록했다. 태양광 사업에는 17곳에 1833억원을 투자해 7.7%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 역시 사실상 손해본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난해 말 기준 1년짜리 정리예금 평균금리 2%를 복리로 4년간 계산해봤을 때의 이자율인 8.24%보다도 적다. 즉 이자율이 낮은 편인 정기예금보다도 수익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과잉이 REC 가격 하락 원인

REC 가격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태양광발전소가 급증해 전력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 5월 이후 전국적으로 태양광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수요는 거의 고정돼 있다 보니 REC가 남아도는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에 따르면 500㎿ 이상 규모의 대형 발전사는 총발전량 가운데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발전사가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하면 소규모 사업자로부터 구매해 의무량을 채워야 한다. 2016년 REC 공급량은 1만6163개이고 RPS 의무량은 1만6970개로 의무량이 공급량보다 807개 많았다. 그러나 2017년엔 의무량보다 공급량이 1922개 많았고, 지난해에는 3290개 초과 공급됐다. 올해는 5431개가 의무량보다 더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수요가 고정된 상태에서 공급만 늘린 현재의 태양광 에너지 시장에서 REC 가격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한다.

양오봉 한국태양광발전학회 회장은 “태양광 발전사업은 사업자 본인의 자본으로 소규모 사업을 했다면 투자금액의 5% 정도가 이익이 돼 은행 예금보다는 나은 정도인 것이 객관적인 예측이었을 것”이라며 “‘태양광 열풍’을 타고 시장이 왜곡돼 알려진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론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SMP 가격이 올라 REC 가격 하락분을 상쇄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인상하면 태양광 시장도 자연스러운 가격형성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땜질직 처방밖에 되지 않고, 전체적인 가격 부담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발급받은 날로부터 3년인 REC의 유효기간을 한시적으로 늘려주고, 장기고정가격계약 참여기회를 늘리는 등의 대책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폐패널 쏟아지는데… 재활용업체는 한 곳 불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에 따라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면서 태양광 폐기물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양광 폐패널은 매립하는 데 한계가 있고 납, 크롬, 카드뮴 등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어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 필요성이 요구된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된 폐패널은 17.5t으로 아직까진 폐패널 처리에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15년에서 25년가량으로 폐패널이 본격 배출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국내 태양광발전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매년 설치량이 1㎿ 이하로 미미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 주택보급사업이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설치가 확대됐다.

태양광 발전은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투자가 늘면서 급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예상량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는 39.9%이지만 2020년엔 40.4%, 2025년엔 47.8%, 2030년엔 50.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발전 비율이 늘어나면 노후화 등에 따른 폐패널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올해 배출될 폐패널 예상치는 198t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9665t, 2033년에는 5만8369t, 2038년에는 9만8974t으로 급증한다. 재활용 및 처리 방안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폐패널 처리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폐패널은 유리와 은, 알루미늄, 실리콘웨이퍼, 구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재활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매립하면 패널 내 납, 구리,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토양을 오염시킬 우려가 크다.

 

아직 국내에는 태양광 폐패널 회수 및 재활용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장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면 얼마나 버려지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지난 7월 한 곳의 업체가 등록해 폐패널을 각 성분대로 분리해 재활용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도 대안을 마련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8월 태양광산업협회, 산업통상자원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3년부터 태양광 폐패널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품 폐기 및 재활용 비용을 생산자에게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민간과 협의체를 구성해 폐패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확대할 계획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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