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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시간 길지만 성취도 낮은 韓… 입시 매몰된 교육 바꿔야”

입력 : 2019-10-27 23:00:00 수정 : 2019-10-27 21: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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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제언 / 학습시간 최상위… 과학성취도 중하위 / 학생 75% “성적 안 좋을까봐 걱정” / “건강상태 좋다” 응답자는 절반 그쳐 / 대학은 다양한 성공 경로 중 하나일 뿐 / 성공기준 ‘학업 성취→웰빙’ 전환 필요 / 加처럼 미래 대비 평생 학습 이어져야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PISA)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교육 강국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과도한 학습 시간을 통해 이룬 ‘모래성’이다. 학습 시간과 과학 성취로 보는 학습효율성은 뚝 떨어진다.

지난 23일 개막한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방한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신체적으로 학생 웰빙(well-being)을 지원하는 교육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OECD의 PISA를 비롯해 국제적인 평가 도구를 만들고 관장한 세계적인 교육 전문가다. 주요국의 정책입안자와 연구자, 교육자들에게 교육정책을 혁신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했다.

그는 ‘2030년을 향한 한국교육 학생성공을 다시 정의하다’라는 제목의 이날 기조연설에서 학습 시간과 과학 성취 수준을 연구한 PISA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학생들 학습 시간에서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태국 등과 함께 최상위권 수준인데 과학성취도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핀란드와 독일의 경우 학생들 학습 시간은 우리보다 적었지만 과학 성취도는 1,2위를 차지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공부와 학습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습 경험의 질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안팎에서의 학습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적은 핀란드의 경우 한국보다 학업 성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업 성취가 우수한 국가 중 일부는 방과후 학습 시간을 줄이면서도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비슷한 성취 수준을 보인 한국과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3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관련 불안감을 표현한 학생 비율’을 분석한 자료도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학교에서 안 좋은 성적을 받을까 봐 걱정된다’는 항목에서 한국 학생은 75%가 ‘그렇다’고 응답해, 에스토니아(55%)와 네덜란드(45%) 학생보다 비율이 크게 높았다. ‘시험이 어려울 것 같아서 자주 걱정이 된다’는 항목에서도 한국은 69%의 응답률을 보여 에스토니아(51%), 네덜란드(34%)와 격차가 컸다.

이런 불안과 걱정은 한국의 대학 입시체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과외·학원 등을 포함한 오랜 학습시간, 시험 불안, 자기 효능감 부족 등 현재 대학 입시 체제의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가 한국에 많은 부담을 초래하고, 인적 자본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신체활동과 사회생활에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희생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현재의 한국 교육 시스템은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한국 학생의 성공을 학업성취에서 ‘웰빙’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슐라이허 국장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학 입시와 관련, 입시의 표준화가 공정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가 대학 입학제도를 갖고 있지만 학생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전체적으로 들여다본다”면서 “학교생활의 증거들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채용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들도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표준화된 시험을 보는 기업은 없을 것 같다”면서 “인터뷰(면접)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하고 선발한다”고 말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부모의 배경에 따른 한국의 교육격차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부자 학생의 경우 좀 더 유명한 고등학교나 대학에 진입할 기회가 많다”면서 “이는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처럼 학생과 부모가 지나치게 대입 문제에 관심을 쏟는 나라는 많지 않다”면서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에서는 다양한 성공경로를 모색한다. 대학은 그런 경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학교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하지만 평생 학습 측면에서는 갈길이 멀다”면서 “스웨덴과 캐나다는 평생 학습이 이어진다. 학습 자체가 일이 되는 시대가 됐다. 삶의 전반기 받은 교육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미래에 대비한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이날 공동세션에서 ‘학습과 삶의 균형성장을 위한 학생 웰빙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반 원장은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인지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해왔던 학교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주된 스트레스인 학업 관련 스트레스는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최고점을 보이며, 중학교 3학년 때 소폭 감소한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 응답은 응답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핀란드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 북·서유럽 국가 학생 85~95%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성 원장은 “성공적인 교육 이면에 경쟁과 학생 수월성 중시, 결과 중심의 줄 세우기 평가, 지식·암기 위주 수업, 수동적 학생 양성 등으로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을 길러왔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며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선택하고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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