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힐(사진)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9일(현지시간) 한·미 동맹과 관련, “전 세계에서 미국에 한국과의 동맹을 능가할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동맹국가 중 한국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는 것이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과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호주·인도와의 관계를 훨씬 자주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미국에 한국과의 동맹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인도, 호주, 미국, 일본 등 4자체제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제공하는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하지만, 2만8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북한 등 많은 안보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라는 안보 도전에 맞서기 위해 두 나라(한·일)는 훨씬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도 촉구했다. 힐 전 차관보는 “미 외교 당국자들은 한·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 문제가 문서함의 바닥이 아니라 맨 위에 올라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한·일 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며 “한·일 간 우호관계는 미·일,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 당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관여하는 것은 상당히 유익하다”면서도 “지금 수많은 심각한 문제가 동북아시아에 밀집돼 있기에 미국은 한·일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일 문제는 이렇게 악화할 필요도 없고 장기화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의 핵심은 정확한 북한 핵물질 비축량을 파악하고 의심 시설에 대한 접근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 등을 포함한 ‘다자 협상’이 유리하고, 무엇보다 악화된 한·일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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