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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종이박스도 없앤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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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8 14:00:00 수정 : 2019-09-08 2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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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자율 포장대에서 종이상자가 사라진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마트 4사와 이 같은 내용의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4개 대형마트는 2∼3개월간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매장에서 종이상자와 포장용 테이프, 끈 등을 치울 방침이다. 이들은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달리 소비자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장바구니 활성화를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찬성하는 측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상자까지 치워야 하냐며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환경 보호 위해서는 참여해야”

 

환경부와 대형마트는 일회용품 줄이기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2010년 8월 환경부와 대형마트는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협약을 체결, 대형마트 내에서는 1회용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 종량제 봉지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고 매장 내 속비닐봉지 사용량을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지난 4월부터는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 장바구니, 종이봉투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위반할 때에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매장 내 속비닐 사용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물이 들어가 있거나 터졌을 때 샐 수 있는 제품, 상온에서 내용물이 녹는 제품, 흙이 묻은 제품 등만 속비닐에 담을 수 있다.

 

이번 종이상자 재활용 금지도 제주도에 한해서 시범적으로 진행됐었다. 대형마트 4사와 제주도 현지 중형마트 6곳은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2016년 9월부터 자율포장대에 비치하던 종이상자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용 테이프, 끈을 치웠다. 필요한 경우 종량제 봉투나 종이상자를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장바구니를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마트 이용자 대부분이 종이상자를 쓰지 않고 있으며 장바구니 사용이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환경부는 종이상자의 경우 과도한 포장용 테이프 사용 등으로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종이상자 재활용 금지 취지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이 658톤으로, 상암구장(9126㎡) 857개를 덮을 수 있는 분량이다.

 

시민 일부는 불편함이 다소 있지만 환경부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직장인 최우찬(37)씨는 “장바구니 사용을 촉구하기 위해서 종이상자 재활용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적극 동참한다”라며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환경 보호 측면에서 모두가 함께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업주부 이희경(28)씨는 “종이상자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대형 장바구니로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소량 포장에서는 장바구니가 어느 정도 정착됐고, 이제 대량 포장에서 폐기물 배출 감소를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종이상자 재사용 강제보다는 장바구니 사용 인센티브 제도 마련 시급”

 

반면 일부에서는 굳이 종이상자 재활용까지 막을 필요가 없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종이상자 재활용 금지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적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 이종모(34)씨는 “장바구니 사용을 늘리기 위해 종이상자 사용을 막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강제하는 행위”라며 “대형마트에 가는 이유는 대량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서인데, 물건을 많이 사고 장바구니로 들고 가라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정세우(40)씨는 “종이상자에 붙은 포장용 테이프가 문제라면 종이 테이프 같이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으로 대체하면 된다”라며 “원할 경우 종이상자를 판매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결국 종이상자를 돈 받고 팔려는 행위로 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자율 포장대에서 종이상자와 포장용 테이프, 끈 등이 사라진다.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 동참’과 ‘지나친 강제’라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자율 포장대 모습. 종이상자와 포장용 테이프 등이 비치돼 있다. 벽에는 장바구니를 대여해준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복진 기자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해 장바구니 사용을 강요하지 말고 장바구니를 사용할 때 이점을 주는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직장인 최자일(44)씨는 “억지로 장바구니 사용을 늘리려고 하는 것보다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의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종이상자 사용이 불법도 아닌데 강제하는 것은, 비록 그 취지가 옳다고는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이 같은 지적이 쏟아지자 지난 2일 설명 자료를 발표, “4개 대형마트에서 당장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바구니 대여 시스템을 구축해, 일부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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