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용안전망 확충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12조4738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고용안전망 확충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7조9745억원이던 관련 사업 예산은 2016년 8조3660억원, 2017년 8조7907억원, 지난해 10조4834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5년간 48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때 5% 안팎이던 연간 증가율은 문재인정부 들어 4배가량인 19%대로 뛰었다.
문제는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고용안전망 사업인 고용보험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 가입률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87%)은 1년 전보다 1.1%포인트 올랐지만 비정규직의 가입률(43.6%)은 0.5%포인트 떨어졌다.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안전망’ 안으로 신규 편입되는 근로자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고용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조성된 정부 보조금은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 6월까지 고용노동부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에서 발생한 부정수급액은 모두 859억8200만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부정수급액만 163억5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액수를 넘어섰다. 일자리사업의 세부사업은 무려 69개나 된다. 돈을 빼먹는 수법도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정수급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2017년 11조원에서 올해 16조원으로 관련 사업 예산을 증액했다. 정부 보조금이 줄줄 새는 데도 ‘일단 쓰고 보자’는 정부의 선심성 정책은 멈출 줄을 모른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위해 안전망을 강화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선의의 정책이라 해도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외면받는 법이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정책을 세밀한 밑그림도 없이 무작정 시행하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이제라도 효율적인 세부계획을 마련해 고용안전망 확충사업이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처방은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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