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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低)물가' vs 소비자 '고(高)물가'…누구 말이 맞나?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7-03 06:00:00 수정 : 2019-07-02 1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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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 연속 1%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치솟은 체감물가에 신음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3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월 0.8%로 낮아진 상승률은 2월 0.5%, 3월 0.4%, 4월 0.6%에 이어 5월 0.7%를 나타냈다.

 

이런 연속 0%대 기록은 2015년 2월∼11월(10개월) 이후 최장이다. 

 

1∼6월 전년 대비 누계 상승률은 0.6%로, 2015년 1∼6월(0.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과 비교한 소비자물가는 0.2%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작년 6월보다 1.8% 상승해 전체물가를 0.13%포인트 끌어올렸다. 

 

생강(105.7%), 찹쌀(21.5%), 현미(20.8%) 등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상승했고, 무(-28.8%), 고구마(-11.2%), 마늘(-8.4%) 등이 크게 하락했다. 

 

생강은 지난해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9∼10월 수확 이후로 줄곧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전년 대비 보합이었다.

 

이 가운데 석유류는 3.2% 하락하면서 전체물가를 0.14%포인트 끌어내렸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작년보다 각각 5.3%, 1.7% 하락했다.

 

전기·수도·가스는 지난해 6월보다 1.3% 상승해 전체물가를 0.05%포인트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비스물가는 1.0% 상승해 전체물가를 0.55%포인트 올렸다. 집세와 공공서비스가 각각 0.2% 하락했으나, 외식을 비롯한 개인 서비스가 1.9% 오른 여파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올해 1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2011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연속 내리막을 걸은 뒤 최장 하락세다.

 

집세 하락률은 2006년 2월(-0.2%) 이후 가장 낮았고, 특히 월세가 0.5%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서비스물가가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석유류도 작년 대비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고 유류세 인하 요인도 있어서 하락세가 지속했다"며 "소비가 부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쳐서 1%대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 요인으로 일부 지자체의 고등학교 납입금 무상화, 무상교복·무상급식 등의 복지확대를 꼽았다.

 

휴대전화료도 전년보다 3.5% 하락했는데, 선택 약정 할인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1%대 미만 물가상승률…하반기에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

 

택시요금은 작년 6월보다 15.2% 올랐지만, 학교급식비는 41.4%, 남자학생복은 48.1%, 여자학생복은 45.4% 각각 내렸다.

 

지출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2.0%, 음식·숙박이 1.8%, 주택·수도·전기·연료가 1.2% 각각 상승했다.

 

반면 통신은 2.8% 떨어졌고, 교통도 1.0% 하락했다.

 

체감물가를 보기 위해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상승했다.

 

이 가운데 식품은 작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작년과 같은 보합이었다.

 

물가상승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7% 상승했다. 전년 누계비로는 0.8%로, 1999년 (-0.2%) 이후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9% 올라 4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하반기에 접어들더라도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물가 현상, 한국은 물론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

 

한편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그치는 등 연중 상승률이 당초 예상한 1.1%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복지정책 강화 등으로 물가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영향이라는 분석에서다.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하는 '저(低)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최근 물가동향·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1.4%에서 1.1%로 낮춘 데 이어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에서도 크게 빗나가게 된다.

 

올해 이후 적용되고 있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0%다. 하지만 올들어 1~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에 그쳐 목표 수준을 하회했다. 지난해 하반기(1.7%)에 비해서도 큰 폭 하락했다. 상반기중 물가 상승률도 0.6% 내외의 저조한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원인플레이션도 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준으로는 0.8%로 1%대에 못미쳤다. 농산물·석유류 제외 기준으로는 1.0%를 기록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물가가 전년동기대비 0.1%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0.4%에서 올 1~5월중 0.7%로 소폭 확대됐으나 석유류 가격이 7.6% 감소해 상품물가를 큰 폭 끌어내렸다. 농축수산물은 0.5% 상승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6.0%)보다 상승폭이 크게 축소했다. 

 

서비스물가의 경우 1.1% 상승했으나 오름폭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1.6%였다. 서비스물가 중 집세는 전월세 가격 안정화의 영향으로 0.1% 상승에 그쳤다. 공공서비스물가는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0.3% 감소했다.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2.6%에서 올 상반기 2.0%로 둔화했다. 외식물가의 높은 상승세에도 학교 급식비, 여행·가사·의료 서비스 물가 상승세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이후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은 현재의 물가 상승률 보다 높은 1%대 초중반 수준으로 관측됐다. 앞으로의 물가상승 요인으로는 그간 높아진 환율과 서비스업 임금상승세 등이 꼽혔다. 

 

다만 수요 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복지정책 영향이 지속되면서 목표 수준에 근접해가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저물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경기적 요인외에 글로벌화, 온라인 거래 확산 등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개방도가 높아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파급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수렴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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