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한전 ‘탈원전 적자’ 외면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권고안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9-06-19 00:32:01 수정 : 2019-06-19 00:32: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어제 가정용 전기요금 부과 방식에 대해 기존 3단계 누진제를 유지하되 여름철 누진 구간만 확대하는 최종 권고안을 채택했다. 정부의 최종 인가가 이루어지면 7∼8월에는 1구간의 전력사용량 상한은 200㎾h에서 300㎾h, 2구간은 400㎾h에서 450㎾h로 높아진다.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원 정도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한다.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애초 누진제 개편은 누더기처럼 변한 체계를 바꿔 투명하고 공정한 전기요금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래 취지는 오간 데 없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전 적자를 담보로 요금만 깎아주는 선심성 정책만 또 기승을 부리게 됐다. 본말전도가 따로 없다.

탈원전 충격에 한전의 적자 늪은 깊어지고 있다. 한전의 영업적자는 올 1분기에만 6299억원에 이르렀다. 연간으로는 2조40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한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기 전인 2017년 4조9532억원의 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7조원 이상의 이익이 증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전의 부채는 올 들어서만 7조1380억원이나 불어나 3월 말 121조2943억원에 이르렀다. 이번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의 부채 수레바퀴가 더 빠르게 구를 것임은 불문가지다.

한전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그동안 영업기밀이던 전기요금 원가를 하반기에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만큼 적자 상황은 절박하다. 정부 압박으로 원가공개는 없었던 일로 변한 데 이어 한전에 빚을 떠넘기는 전기요금 할인까지 해주겠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다. 세금 살포도 모자라 공기업을 빚더미에 올려 앉히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는 상당 부분 탈원전에서 비롯된다. 2015년까지 85%를 넘나들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65.9%까지 떨어졌다. 올 1분기 75.8%까지 끌어올렸지만 탈원전에 따라 ‘값싼’ 원전 발전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니, 적자는 자고 나면 불어난다.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빚이다. 불어나는 한전 적자를 빤히 보고도 요금이나 깎아주는 포퓰리즘 정책이나 남발해서 될 일인가. 탈원전 정책에 따라 현실화하는 요금 폭탄을 감추려는 요금 할인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눈을 가리는 조삼모사다. 전기요금을 내리고 싶다면 탈원전 정책부터 수술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