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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수출 막히자… 녹는 '물 캡슐'까지 등장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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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01 14:02:29 수정 : 2019-06-01 14: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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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서 ‘퇴출’ 가속화 / 美 뉴욕주 비닐봉지 금지법 합의 임박 / 유럽도 가세… 전세계 제재 법안 봇물 / 세계적 생산 플라스틱 연간 3억t 넘어 / 매년 800만t 바다로 유입 생태계 훼손 / 국가간 ‘플라스틱 이동 제한’ 유엔협약 / 180개국 가량 합의… 심각성 이견 없어 / 태국 2021년부터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 亞국가들 각성… 수입 거부 움직임 확산

지구촌이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뉴욕주 의회가 일회용 비닐봉지 퇴출과 종이봉투 유료화를 놓고 두 달가량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일회용 비닐봉지 금지 법안 합의가 임박했다면서 “미국 뉴욕주에서 ‘일회용 비닐봉지’(single-use plastic bags)가 퇴출된다”고 전했다. 뉴욕주가 일회용 비닐봉지 퇴출을 결정하면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에서 일회용 비닐봉지가 없는 두 번째 주가 된다.

 

이미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30년까지 재활용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퇴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와이주에서는 식당에서 플라스틱 병과 빨대 등 모든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워싱턴, 플로리다주 등 각 주의 도시 중에도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에 앞장선 곳이 많은 상황이라서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에 동참하는 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도 지난 3월 말 유럽의회가 2021년부터 빨대, 면봉, 접시 등 10가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식당에서 사라지는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본격 시행했다. 주문부터 계산까지 모든 서비스를 종업원이 책임지는 ‘풀 서비스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이 요청하지 않는 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할 수 없다. 곡물이나 사탕수수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빨대는 규제에서 제외되지만 화학물질이 조금이라도 첨가된 빨대는 규제 대상이다.

 

유럽이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에 합의한 가운데 영국은 내년 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접시, 면봉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지난 22일 전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장관은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은 단지 몇 분 사용되고 분해되는 데 수백년이 걸린다”며 “결국 우리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 소중한 해양생물에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내년 4월부터 이 같은 품목의 판매가 중단되는데, 이에 따라 음식점이나 술집 등도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일회용품을 비치하거나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플라스틱 접시와 숟가락, 포크 등 일회용 식사 도구는 2021년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다만, 의료진 판단에 따라 플라스틱 용품이 필요한 이들은 일회용 빨대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엔은 지난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14차 환경총회에서 향후 10년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유엔환경총회는 장시간 회의를 거쳐 합의한 장관급 성명에서 “세계 각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으로 훼손되는 지구의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상당한 수준’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연간 3억t 이상이고,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5조t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유해 폐기물”

 

플라스틱 쓰레기의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활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에 매립되거나 바다로 다시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재활용 가능하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아시아 국가에 수출해왔는데 그냥 버려지거나 불태워지는 게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10일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막자는 새로운 유엔협약에 180개국가량이 합의했다. 1989년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통제하자는 취지로 체결한 바젤협약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관계자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가장 시급한 세계의 환경 이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1992년 발효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경유·수입국에 미리 통보하고, 불법거래가 적발될 경우 원상태로 되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협약에 대해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들의 플라스틱 쓰레기 투기를 거부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각성… “불법 쓰레기 돌려보낼 것”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 정도를 수입해 처리하던 중국이 지난해부터 24종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촉발했다.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금지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투기 세계 2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2월부터 편의점에서 제공되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유료화하기로 했다. 연간 98억장의 일회용 비닐봉지가 사용되는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연간 129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불법적인 쓰레기 수출로 분쟁이 생기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불법 수입된 쓰레기를 원래 국가로 되돌려보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5∼6년 전 캐나다에서 불법으로 들어온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들을 돌려보내는 문제로 캐나다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에서 전자부품으로 반입된 컨테이너에서 혼합 폐플라스틱이 발견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필리핀은 어떤 국가나 단체로부터도 쓰레기장으로 취급받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등 선진국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발해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친환경섬유 셔츠·종이 빨대에 녹는 물캡슐까지… 글로벌 기업들 대체용품 개발 박차

 

세계 각국이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에 관심을 보이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코카콜라, 아메리칸항공, 하이엇, 월트 디즈니, P&G 등 플라스틱 사용 빈도가 높은 분야의 기업들이 대다수다. 당장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재활용 가능하고 비료로 쓸 수 있는 컵을 내년까지 테스트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영국 런던, 캐나다 벤쿠버 등 5곳에서 플라스틱 컵 대신 다른 재료의 컵이 시험적으로 제공된다. 스타벅스는 세계 2만8000개 이상의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패션 브랜드 폴로 랠프로렌은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친환경 셔츠를 한시적으로 출시했다. 폴로 측은 2025년까지 최소 1억7000만개의 플라스틱 병을 육상 매립지와 해양에서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런던마라톤에 등장한 물캡슐 ‘오호’는 미역 추출물로 만들어져 쉽게 분해된다. Notpla 제공

코카콜라와 네슬레 등은 플라스틱 포장 및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축소, 재생 가능 포장 사용 확대 등을 요구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2017년 한해 300만t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500mL 페트병을 1초에 20만병, 연간 1080억병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전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페트병이 5000억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카콜라가 5병 중 1병을 사용하는 셈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의 10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없이 컵에 입을 대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뚜껑을 시범 도입했다. 영국 맥도날드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스포츠 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영국 런던마라톤에서는 페트병 대신 등장한 작은 물 캡슐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미역 추출물로 만들어져 쉽게 분해되는 ‘오호(Ooho)’ 캡슐은 물을 포장째 먹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밖에 먹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빨대나 쉽게 분해되는 포장재 등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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