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방의회 공무국외여행규칙 개정안’ 마련 / 계획서 공개·부당연수 비용 환수 / 지방의회 ‘셀프 심사’ 막기 위해 / 법조계 등 심사위원장 민간 영입 / 예산 편성 위법 땐 교부세 감액도 / 지방의회, 과거 권고안도 미반영 / “주민소환제 등 견제 활성화 필요” 지방의회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강화된 지방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을 지방의회에 권고한다. 여행계획서·결과보고서 홈페이지 공개와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장에 민간위원 위촉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10년 전에 이미 제안된 내용으로 실제 지방의회의 규칙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개정안을 지자체에 권고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공무국외여행규칙은 지방의회의원의 해외연수 목적과 사전계획서 심사, 사후 결과보고서 제출과 활용 방안 등을 담은 것으로 개별 지방의회가 규칙으로 제정해 운영 중이다. 행안부는 최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의 사건을 계기로 지방의회의 외유성 공무 해외여행 관행을 개선하고 지방의회의원의 일탈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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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더불어민주당 영주문경예천 지역위원회 당원 100여명이 지난 12일 경북 예천군 천보당 네거리에서 가이드 폭행과 음주 소동으로 ‘외유 추태’ 논란을 빚고 있는 예천군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예천=뉴시스 |
개정안에는 △민간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장 임명 △사전 계획서 홈페이지 공개 △부당 공무국외여행 비용 환수 △예산편성기준을 위반한 지방의회 경비 편성·지출 시 교부세 감액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는 국외여행 전 계획의 타당성과 적정 예산 편성 여부를 검토하는 기구로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 예천군의원은 지난해 열린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셀프 심사’ 지적을 받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의회 243곳 중 62.9%(153곳)에서 지방의회의원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지방의회 의장이 아니라 학계·법조계·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심사위원을 꾸려 지방의회의원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결과보고서뿐 아니라 국외여행계획서 공개도 의무화된다. 전국 지방의회 중 국외여행계획서 공개규정이 없는 곳이 69.5%(169곳)로 계획서대로 국외여행을 다녀왔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는 지방의회가 대다수다. 출장 목적에 어긋나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우 경비를 환수할 근거 조항도 만들어진다.
정부의 개정안이 공개됐지만 이는 권고일 뿐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각 지방의회가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2009년 행안부에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 민간인 비율 확대, 여행계획서·결과보고서 홈페이지 공개, 사후결과물 활용도 제고 등을 담은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개정안을 권고했지만 지방의회의 규칙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심사위원회 기능 강화와 관련 정보 공개확대 방안은 10년 전과 똑같은 개선안으로 지방의회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또 공약(空約)에 그칠 우려가 높다. 이에 행안부는 지방의원국외여비를 포함한 지방의회 경비 편성·지출 심사를 강화해 예산편성기준을 위반할 경우 교부세를 감액하고 규칙 개정 현황을 모니터링해 지방의회의 자정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세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지방의회의 권한과 자율성도 높아졌지만 지방의회를 견제할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중앙정부에서 규칙 제정까지 관여하기보다는 지방의회가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조례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견제를 강화하거나 주민소환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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