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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청년일수록 '수저계급론'을 믿게 되는 사회 [이슈+]

입력 : 2019-01-09 20:07:11 수정 : 2019-01-09 23: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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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8%만 “계층 이동 가능”… 심화되는 수저계급론 / 2013년엔 53%… 4년 새 급격 하락/부모 소득 높을수록 긍정적 전망
“내 월급으로는 평생 저축해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한 채도 못 사요. 아,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평생 직장도 없겠구나.”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값 폭등 사태 이후 20, 30대 청년들이 자주 내뱉는 토로다. 이제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주거 문제까지 혼자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 도움 없이 안정된 주거를 마련하는 건 힘든 일이 됐다. 흙수저, 금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유행하게 된 배경이다. 취업, 주거 등에서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약해짐에 따라 이로 인한 청년들의 좌절감도 깊어지고 있다.

9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노력을 통해 사회경제적 여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3년에는 통계청 사회조사에 응한 30세 미만 청년의 절반 이상(53.2%)이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2017년 조사에서는 38.4%로 하락했다.
청년의 주관적인 계층(상상·상하·중상·중하·하상·하하) 의식은 가구소득이 높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아버지의 학력이 높을수록 상승했다. 사회 참여 가능성과 문화예술 관람 여부도 계층 의식에 영향을 미쳤다.

2013년에 비해 2017년 조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가구 소득의 영향이 더 커진 것이다.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에 부모의 경제적 형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이 늘어났다. 2013년에는 월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구에 속한 청년이 100만원 미만 청년보다 계층 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이 5.14배 높았으나 2017년에는 8.22배로 더 벌어졌다. 다만 오늘날 청년들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문화예술 관람활동도 계층의식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계층 이동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하는 청년의 계층이동 기대심리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청년보다 0.8배 낮았다. 비정규직 등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일자리 질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첫 취업이 계층이동의 징검다리보다는 함정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정한다는 신조어인 수저계급론이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저소득층이 구조적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소득 불평등 해소에 나서고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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