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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발목 잡힌 금융·IT… '아마존' '우버' 꿈도 못 꾸는 한국

입력 : 2018-10-09 19:09:26 수정 : 2018-10-09 20: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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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이 새 동력/세계 기업들 신기술 접목 혁신 박차/국내 금융권 파고 넘으려 ‘고군분투’/각종 법규에 핀테크 등 활성화 막혀/
세계 100대 AI스타트업에 韓은 전무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높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이겨내 전진하고 누군가는 휩쓸려 사라질 거대한 파도다. 도전이자 기회를 맞은 한국의 금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일보는 오는 18일 개최되는 제1회 세계미래포럼을 앞두고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등 분야에서의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비전을 조망해보는 시리즈를 5회에 걸쳐 게재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올해 1위 자리는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자산 1120억달러)가 차지했다. 24년간 부동의 1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밀어낸 것이다.

베조스의 자산 증가는 아마존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단순히 자산 1위의 순위 바뀜을 넘어 어떤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과 표준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은 우리 생활에서 더는 생경한 기술이 아니다. 신기술로 무장한 각종 플랫폼 업체, 핀테크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있다. 위협을 받은 전통적 기업, 금융회사들도 신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접목하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란 절박함이 깔려 있다.

◆4차 산업혁명 파도를 넘기 위해 분투하지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과 각종 핀테크 업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외부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하고, IT(정보기술) 인력을 늘리고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을 어떻게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육성해 이들이 개발한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권 공동인증 시스템도 개발됐다. 15개 은행은 ‘뱅크사인’을, 11개 증권사는 ‘체인아이디’를 운영 중이다. 보험업계도 자체 블록체인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의 질문에 AI가 답을 주는 챗봇도 앞다퉈 운영하고 있다. AI가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해주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2018 대한민국 로보어드바이저 보고서’는 2020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5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소비패턴 등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연령 또는 그룹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벤처 창업 열기도 뜨겁다. 벤처기업은 2010년 2만4645개에서 지난 9월 말 현재 3만6475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아마존’은 없다. ‘IT 강국’의 영광은 과거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해외 평가에서 바로 드러난다. 씨티은행은 ‘은행의 미래’ 보고서에서 디지털 혁신 시대 한국이 승자가 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디지털 혁신 관련 은행 경영진의 리더십, 미래투자 분야는 ‘낮음’으로, 정부의 디지털 전환 지원은 ‘중간’으로 평가됐다. 지금은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호주, 스칸디나비아, 인도, 남아프리카 등이 미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핀테크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100대 AI 스타트업 2018’에서 한국 기업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76개, 중국 8개, 영국 4개, 이스라엘 4개 등이다. MIT(매사추세츠공과대)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017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에도 한국 기업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정지선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절대적인 강국은 없으나 선제적 준비로 기회와 가능성을 선점하려는 리더 그룹은 있다”며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규제에 발목 잡혀 도약 못 하는 한국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킨지의 2017년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보면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의 사업모델을 한국에 적용할 경우 40.9%가 사업 불가다. 우버가 대표적이다. 30.4%는 조건부로만 가능하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은 분석할 데이터 확보가 기본인데,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있다. 블록체인은 허용하면서도 가상화폐는 규제해 관련 산업이 가라앉고 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도 늦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에선 사업이 어려워 해외로 나가고 있다. CB인사이트의 2017년 100대 AI 스타트업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의료영상 진단 스타트업 ‘루빗’은 데이터 축적을 위해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았다. KT도 모바일을 통한 원격 AI 의료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없어 러시아에 진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성공을 거두려면 파괴를 추구하는 혁신가가 창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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