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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보혁 갈등에 갇힌 4대강… 보 개방효과 놓고 ‘아전인수 해석’

입력 : 2018-08-19 19:08:01 수정 : 2018-08-19 22: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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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좋아졌다” “더 나빠졌다”/ 같은 자료 놓고도 엇갈린 주장/ 오염물질·수온 등 복합적 영향/ 단순비교만으론 판단 어려워/ 정치적 대립 해마다 반복 불구/ 정작 수질개선 예산은 ‘제자리’
#해석 1.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과 올 8월, 4대강 보의 용존산소량(DO)을 분석한 결과 수문을 조금이라도 연 곳은 DO가 대부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지표인 DO는 값이 클수록 깨끗하다는 의미다. 수문을 열어 물 흐름이 원활해진 결과로 보인다. 영산강 승촌보는 2016년 폭염 때 수온이 30도에 달했는데 올해는 줄어든 유량 탓인지 32도까지 올랐다. 그런데도 DO는 4배 늘고 유해 남조류 개체수는 19분의 1로 줄었다. 승촌보와 죽산보의 남조류는 더위가 심하지 않았던 지난해 8월보다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수문을 찔끔 개방한 창녕함안보는 남조류 개체수가 35만셀 넘게 증식해 전국 최악을 기록했다.

#해석 2. 이달 4대강 보의 클로로필a(조류농도)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모두 늘었다. 유해 남조류도 승촌·죽산보를 제외한 모든 보에서 증가했다. 올여름과 기상조건이 비슷한 2016년과 비교해봐도 거의 모든 보에서 수질지표가 악화했다. 세종보와 공주보 등 8개 보의 수문이 열렸지만 녹조 저감 효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는 2016년보다 총인(오염물질 지표)이 줄었음에도 남조류가 증가했다. 특히 세종보와 죽산보는 개방폭이 큰데도 2016년보다 남조류가 7∼10배 늘었다. ‘찔끔 개방’이란 비판을 받는 강정고령보의 남조류 증가율(3.4배)을 능가한다.


지난해 6월부터 4대강 사업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보 개방 효과를 놓고 상반된 평가가 아전인수 식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충남 공주시의 개방된 공주보를 통해 금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위 두 설명은 2016년, 지난해, 그리고 올 8월 같은 기간(1∼17일)의 전국 4대강 보 수질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자료를 골라 쓰느냐에 따라 상반된 풀이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객관적 자료의 ‘아전인수’ 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보 처리방안 발표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19일 전국적으로 녹조가 번성하며 4대강 보와 수질에 대한 엇갈리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보 개방 전후로 녹조 상황이 달라졌을까.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2016년 8월(25일까지) 역시 전국 평균 최고기온 33.6도, 강수량 76.2㎜로 당시 1973년 이래 가장 덥고 비가 귀한 달이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때와 이번달 전국 15개 보(총 16개 보 중 자료가 없는 강천보는 제외)를 비교하면 DO는 10곳에서 개선됐다. 클로로필a는 12개 보에서, 남조류는 14개 보에서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보 개방이 수질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녹조는 크게 오염물질, 일사량, 수온, 물의 체류시간 등에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령 오염물질인 총인이 늘었는데 클로로필a가 줄어드는가 하면(백제보·칠곡보), 수온과 총인이 거의 비슷하거나 줄었는데도 남조류가 10배 이상 늘어난 경우(세종보)도 있다.

따라서 수질개선 여부를 판단하려면 보 개방 여부뿐 아니라 직상류에서 방류량이나 영양염류 유입이 어떻게 변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를 무시한 채 특정 연도의 자료만 단순비교하는 경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해석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4대강 보의 수질개선 효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이유는 정치적 사안인 데다 수질에 대한 국민 우려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후 녹조는 해마다 이슈가 됐다. 환경단체는 ‘녹조라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심각성을 강조한 반면 4대강 지지자들은 ‘녹조는 예전부터 있었다’는 입장이다.

매년 여름 녹색 강물이 지면을 장식하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반복되지만 정작 환경부의 수질개선 관련 예산은 제자리다. 2010년 3조여원에 달했던 예산은 올해 3조160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4대강 중 오염이 가장 심한 낙동강 관련 예산은 같은 기간 9800억원에서 8982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정부가 역할을 게을리하는 사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수질을 둘러싼 해석마저 정치적으로 비화한 꼴이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생명과학)는 “4대강 사업은 녹조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생태계 복원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 있다”며 “중립적·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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