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제기구와 각국 중앙은행 등에 따르면 국제 금융기구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악재가 줄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신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무역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긴장 고조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올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지난 5월 초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낮췄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통화 정책 회의에서 무역갈등 고조를 포함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을 들어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1%로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올해 성장률을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 경제를 대표하는 브라질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 대란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 등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올해 성장률을 2.6%에서 1.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이어 상대국의 보복 관세 등을 감안할 경우 세계 무역량이 약 2조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와 UBS는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1%, 4.0%로 기존 전망치 대비 0.1%포인트 내렸다. 이처럼 우울한 전망은 글로벌 무역 전쟁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와 함께 미국의 달러 강세 기조,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다. 지난 4월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의 여파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개 주요 투자은행·자산운용사 중 12곳은 올 하반기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탓에 신흥국 주식·통화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제재를 만지작거리면서 지난해 하반기 배럴당 60달러에 머물렀던 브렌트유가 지난 5월 80달러를 넘는 등 유가가 급등하는 것도 신흥국 경제에는 악재다. 신흥시장 투자 전문가 마크 모비우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무역분쟁 격화, 달러 가치 상승, 연준과 ECB의 통화 정책 정상화가 신흥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 조만간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는 미국발 무역전쟁을 해결할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 연준도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 갈등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14일 지적했다. CNBC방송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연준이 밝힌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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