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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서 떠오르는 ‘여의도학파’

입력 : 2018-07-06 19:17:18 수정 : 2018-07-06 2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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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서 쌓은 노하우 바탕/통계 과학적 분석으로 주목
부동산 시장에 ‘여의도학파’가 등장했다. 명리학·주역·풍수지리 등 과거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비과학적 이론 대신 여의도 금융가에서 쓰는 통계 기반의 수학적 분석체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새로운 부동산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내는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강연장에도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의도학파의 수장 격에는 인구와 부동산 가격의 상관관계를 밝힌 리포트로 유명한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가 꼽힌다. 뒤를 이어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보고서로 유명한 김효진 SK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장, 주택보급률과 노후도의 상관관계를 해석한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건설·부동산 연구위원, 기관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대중 영역에 접목한 민경남 전 KB자산운용 부동산 펀드매니저(현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가 여의도학파의 주축이다. 여의도학파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없지만, 한국의 월가로 불리는 ‘여의도’에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동산 이론이나 가설을 내세운 전문가 그룹에 붙는 별칭으로 요약된다. 학파는 원래 비슷한 학문적 갈래를 가진 학자를 일컫는 말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무실에서 만난 홍춘욱 이사는 “여의도 연구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인 전문가에 비해 현장의 섬세함은 약할 수 있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통계, 각 숫자와 통계 사이의 상관관계를 취합해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 결정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경제분석서 스타일로 풀어낸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과거 복덕방이나 미장원이 독점했던 부동산 정보들이 수치화돼 공개되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주목받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이들은 부동산을 주식이나 채권, 달러 같은 여러 자산 중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우 연구위원은 “1920∼1930년대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 쌀에 대해서는 투기라는 말을 하고, 땅(부동산)에 대해서는 투자라고 언급했다”며 “그동안 우리는 주거라는 특수한 기능을 이유로 하나의 실물자산인 부동산을 너무 감정적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SK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장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경기침체가 한국에도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이들은 수치로 반박한다. 김효진 팀장은 “한국이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는데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본처럼 인구가 감소한 나라들을 연구해보니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며 “고령화와 저성장이 무조건적인 부동산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부동산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보니 오늘 당장 허가받고 공사를 해도 2∼3년은 지나야 시장에 공급으로 나올 수 있는 독특한 상품”이라며 “이러한 특성과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전망을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
이들은 주식시장보다 더 큰 부동산 시장을 개인들도 단순히 감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경남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은 빌딩 같은 상업용 부동산을 거래할 때 시나리오 수십, 수백개를 세우고 철저한 수익률 분석을 통해 접근한다”며 “투자는 하나의 소설과 같다. 미래의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 가정을 하는데 이때 많은 가설을 세우고 이를 대입해 최적의 결과를 찾아내는 접근법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理財)에 밝아 인간미가 없을 것 같은 이들도 결국 부동산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홍 이사는 “과거 같은 대규모 토지공급을 통한 저렴한 신규주택 분양이 줄어든 만큼 주거복지 차원에서 토지공급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교통망 확장이 국책사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어가지만 정작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좋은 주거환경의 집은 그리 많지 않다. 주택을 신념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세계에서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하나의 상품이자 주거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서상배 선임기자, 이제원·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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