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대표 통신사인 브리티시텔레콤(BT)은 1990년대 초반 △자리공유 △재택근무 △부분재택근무 △탄력근무 △스마트워크플레이스 등의 유연근무를 도입했다. 그 결과 사무실 체류 직원들에 비해 재택 근무자들의 생산성이 20∼60% 정도 높았다. 사무공간 감소로 매년 약 9억달러(약 1조30억원) 절감(1993년~2006년), 1인당 사무실 운영비용 연 83% 절감, 화상회의를 통한 출장 감소(연 86만건) 효과도 누렸다.
출근 늦추고 퇴근 앞당기고… 1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입구에 개점시간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유통업계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점포 개장시간을 늦추고 직원 퇴근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노동시간을 줄이되 생산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대기업들의 행보가 가장 빠른 편이다.
삼성전자는 현행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 유연성을 더욱 확대한 1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월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근무시간 측정 및 자율관리 시스템을 실시 중이다. 매주 수요일 ‘스마트데이’(PC-off 등)도 운영한다. 사전 준비를 통해 사무직 주 40시간, 생산직 주 52시간 근무를 올 2월부터 시행 중인 LG전자는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마트는 올초부터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 중이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올 1월 유연근무제도 도입과 근무시간 단축에 들어갔고, 올해 400여 명 내외를 추가로 충원한다.
미래나노텍은 스마트 업무체제로 전환했다. 전자결재 활성화와 집중근무 시간 운영, 근태리더기 공장별 비치 등이 이뤄졌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장시간 근무형태를 3조2교대로 개편한 뒤, 신규 채용에 나선다. 한솔제지는 생산기술직 ‘일자리나눔형 멀티플레이어’ 제도를 도입해 생산직원 24명을 신규채용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 지난 2개월 동안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 3627개를 조사한 결과, 59%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도 일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인력 충원 문제 등 주 52시간제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연말까지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분을 월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의 연착륙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기부는 조기단축에 나서는 중소기업에 공공조달 심사항목인 신인도에서 가점을 주기로 했다. 인건비 등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 중소기업을 긴급경영안정자금 우선심사 대상에 추가했다. 노동시간 단축 기업의 공정혁신 및 자동화 시설자금 3300억원도 우선 지원한다. 노동시간 단축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 시 가점도 주고, 현장 핵심기술 체계화사업 지원기업 선정 시 노동시간 단축기업을 우선 지원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로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가 확충돼야 하고,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천종·정필재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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