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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마다 재부팅…눈치 야근…보여주기식 '꼼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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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1 18:28:40 수정 : 2018-07-01 22: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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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본격 시행 / 시간 연장 가능한 PC 오프제 / 10분마다 재부팅… 꼼수 근무도 / 업무 특성상 휴일 근무 불가피 / 선택적 시간근로제 일괄 적용 / 휴일 수당 사라져 연봉만 줄어 / 고용확대 통한 업무량 조절 등 / 정부·기업, 임금감소 대책 필요
최근 한 대형건설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컴퓨터 오프(PC-off)제’를 도입했다.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게 한 것이다. 근로자의 정시 출퇴근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 뒤에도 재부팅하면 사용시간이 10분씩 연장된다. 그러다보니 웃지못할 풍경이 생겨났다. 급하면 10분마다 재부팅하는 식으로 업무를 마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오전과 오후에 휴게시간을 30분씩 두고 있다. 실제로 휴게시간에 휴식하는 근로자는 극소수다. 근로자 A씨는 “회사에서는 제시간에 퇴근하라고 하지만 업무량이 정해져 있으니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일부 직원은 눈치 봐가며 야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일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높아진 업무 강도와 임금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사업장에선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꼼수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보여주기식’에 머물러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도입했다. 선택적 시간근로제는 근로자가 정해진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 하루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제도다. 근로자의 시간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다.

이 기업의 근로자 B씨는 업무 특성상 휴일근무가 불가피하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뒤로 ‘휴일수당’이 사라졌다. 근로자의 ‘총 근로시간’만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결과다. B씨는 “선택적 시간근로제는 평일만 근무하는 경우 효율적이지만, 주말 근무를 병행하는 경우 그렇지 않다”며 “휴일근무가 불가피한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휴일 수당 폐지로) 수입만 줄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의 근로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임금 감소’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달 산하조직 26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53.2%의 사업장에 임금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운수업, 서비스업 순으로 임금 감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감소가 발생한 사업장 가운데 임금보전을 위한 조치를 마련한 곳은 28.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확대를 통한 업무량 조절과 안정적인 임금제도 등의 대책을 정부가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정부와 기업의 대응을 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유연성을 확보하기보다 변화된 조건에서 업무량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며 “적정한 시간 동안 노동하는 관행을 형성하면서 유연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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