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사진)은 28일 경찰에 소환돼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새를 숙였다. 그러나 피해자를 회유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어두운색 계열의 바지 정장에 푸른색 머플러를 하고 나타난 이 이사장은 차에서 내려서부터 고개를 숙인 채 걸어와 취재진 앞에 섰다.
이 이사장은 ‘왜 직원들 욕하고 폭행했나’,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있나’, ‘가위나 화분을 던진 것이 맞나’, ‘임직원에게 할 말이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 이사장은 ‘피해자들 회유 시도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대답하고는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딸들과 함께 조사받게 된 데 대한 심경을 물을 때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을 상대로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밀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토대로 업무방해,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이사장이 2013년 여름 서울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에게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의혹, 운전기사를 겸한 수행기사에게 상습적으로 욕설하고 때렸다는 의혹 등도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한달여에 걸쳐 이 이사장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는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운전기사, 자택 경비원, 가사 도우미 등을 조사해 10명이 넘는 피해자를 확보했다.
경찰은 그간 확보한 피해자들의 증언, 폐쇄회로(CC) TV 등 증거자료와 더불어 이 이사장의 진술 등을 종합 검토해 모욕, 상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특수폭행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폭행죄와 달리 폭처법상 상습·특수폭행죄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다. 폭처법이 적용되면 법원은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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