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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재생 성공, 지방분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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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2 21:02:01 수정 : 2018-03-12 2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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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경기에서 이기려면 각자 제몫을 잘해야 함은 물론 결정적 순간에는 총력전을 펴야 한다. 축구경기에서 골키퍼가 적진으로 달려가 골을 넣은 경우를 종종 본다. 골 넣은 골키퍼로 유명한 파라과이의 호세 칠라벨트는 한 경기 세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통산 62골을 넣었다. 2002년 월드컵 브라질 골키퍼 호제리우 세니는 프리킥과 페널티킥을 도맡아 차 통산 64골을 넣어 칠라벨트의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병지 선수가 처음이다. 1998년 K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패색이 짙던 경기 종료 40초 전에 상대 팀 골대 가까이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김병지가 달려 나가 공격에 가담했고 마크맨이 없던 그에게 날아온 공을 헤딩으로 넣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골을 넣고 달려오는 꽁지머리 골키퍼를 감독은 뛰어나가 얼싸안았다. 선수들이 각자 임무를 다했다고 해서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기려거든 김병지처럼 달려가 골을 넣어야 한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
도시재생도 다르지 않다. 총력을 다해야 한다. ‘개발’과 ‘재생’은 다르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개발’은 역할을 나누어 할 수 있지만,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는 ‘재생’은 각각 따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함께 묶고 엮어 합심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과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정부와 지방의 여러 부서가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우리의 행정 시스템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행정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지만 국토교통부의 힘만으로 도시재생 과업을 완수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왜 우리 도시와 마을이 되살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건물이 낡고 기반시설이 부족해서일까. 새 건물을 짓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면 도시가 살아날까. 아니다.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에 젊은 사람을 초대하고, 그곳에 와서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며 먹고살 수 있게 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업무를 넘어 모든 부서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행정개혁에 달렸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직과 일하는 방식은 과거 개발시대의 것으로 ‘중앙집중’과 ‘분업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모든 권한은 중앙에 있고, 중앙과 지방의 행정조직은 칸막이로 나뉘어 있다. 지방으로 권한을 넘기는 ‘지방분권’과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는 ‘통합행정’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행정혁신이 가능하도록 권한과 재량을 지방에 내려주어야 한다. 지자체 행정혁신의 강도와 아이디어를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의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도 고려하기 바란다. 도시재생과 지방혁신은 함께 가야 할 쌍두마차다. 그래야 도시재생뉴딜이 성공할 것이다.

얼마 전 ‘환자혁명’이라는 책을 읽었다. 환자들에게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인 저자는 제약회사와 의료계가 틀어쥐고 있는 의료 권력이 환자들에게 넘어와야 하고, 환자들이 깨어나는 것이 환자혁명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도시를 되살리는 일과 우리 몸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아주 많이 닮았다. 건강 유지와 질병 치료의 열쇠가 환자 자신에게 달려 있듯 도시재생의 주체도 국가가 아닌 지방정부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의 참여와 주도에 성패가 달려 있다. 스스로 재생과 치유의 모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량과 책임을 지방에 넘겨주고 성심껏 도울 일이다. 분권 없이 재생 없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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