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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뮤지컬 ‘킹키부츠’ 마지막에 이 가사가 나올 때면 몸이 근질근질한 관객이 많을 듯하다. 작품의 밝은 기운에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떠오를 확률이 높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인 구두 회사 사장 찰리가 드랙퀸(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며 시작된다. 찰리가 이들을 위해 ‘높이 80㎝짜리 거부할 수 없는 섹스’를 콘셉트로 한 화려한 부츠를 만들어 재기하는 과정을 그렸다. 탄탄한 이야기에 ‘있는 그대로 나와 남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얹어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미국 토니상 6관왕,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3관왕 등을 기록했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제작에 처음 도전한 팝스타 신디 로퍼의 음악도 세련됐다. 올해로 두 번째인 정성화의 롤라 연기는 한층 물이 올랐고, 최재림도 처음답지 않게 연기와 노래 모두 능숙한 롤라를 선보인다. 김호영, 이석훈, 박강현이 찰리로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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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
‘빌리 엘리어트’는 2001년작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감동은 영화 못지않다. 고단한 삶 속 꿈을 향한 열정과 가족애,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고스란히 되살렸다. 내용은 영화와 같다. 1980년대 초 영국 정부의 구조조정 칼바람에 맞선 탄광 노동자들의 투쟁과 발레를 향한 빌리의 여정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무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발레를 배우는 학생들과 경찰이 마주서거나, 1부 마지막에 빌리가 경찰 방패를 두드리며 분노하듯 춤추는 장면은 놓치지 말기를. 서울 영등포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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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레드북’도 눈여겨보면 좋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당시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진을 기록했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의 몸과 성적 권리를 외친 안나의 분투기를 발랄하게 담았다. 아이비와 유리아가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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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드북’ |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설 연휴에는 이 말을 대변하는 작품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3월의 눈’은 70·80대 노장들의 연기 인생을 농축했다. 2011년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 기념 초연작으로 이후 2012년, 2013년, 2015년 공연 때마다 매진을 기록했다.
희곡은 배삼식 작가가 썼다. 마지막 재산인 한옥을 손자를 위해 팔고 떠나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을 통해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의 고결함과 인생·자연의 순환을 담담히 전한다. ‘장오’ 역은 오현경과 오영수, ‘이순’ 역은 정영숙과 손숙이 맡았다. 수십년 동안 쌓인 배우들의 연기 공력이 무대를 꽉 채운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셰익스피어 연극 ‘리차드 3세’는 영화계 스타 황정민의 열연이 빛난다. 황정민의 연극 무대는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이다. 배우 정웅인과 김여진도 한 무대에 선다. 리차드 3세는 볼품없는 외모와 곱사등을 가졌지만 권모술수와 리더십으로 권력의 중심에 서는 악인이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미저리’는 동명 소설과 영화로 유명하다.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흥행에 성공했고, 이번에 국내에 첫선을 보이게 됐다. 미국 공연 당시 액션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연극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MBC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인 김상중과 김승우가 소설가 폴을 연기한다. 김상중은 1990년 연극 ‘아이 러브 빵’으로 데뷔했고, 김승우는 연기생활 28년 만에 처음 연극에 도전한다. 상대역으로 배우 길해연·이지하·고수희가 캐스팅됐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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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설맞이 대공연 ‘한판놀개’ |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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