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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별 법령 정비의 시대적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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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9 23:26:52 수정 : 2018-01-29 23: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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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식에서 ‘국가는 정의(正義)로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질문을 바꾸어서 지금 대한민국은 정의로운가를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정의의 원칙은 비교적 간명하다. 기원적 384년에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각자의 것을 각자에게 주는 것으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정의 개념은 현대에서도 평등 원칙 또는 차별 금지의 원칙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이 고대 철학자는 사실 노예제 옹호론자였다.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루소는 천부인권을 주창하여 근대 민주주의와 입헌주의의 이론적 틀을 제시한 17세기 계몽주의 철학자이다. 루소 또한 여성인권은 없다고 주장한 차별주의자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차별에 대한 인식은 시대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역사의 발전은 마치 육상 허들 경기처럼 이전 시대의 차별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익숙하지만 낡고 오래된 길에 집착하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차별이라는 장애를 뛰어넘고 나아가야 한다.

가장 가난한 국가로 시작한 대한민국을 오늘의 영광으로 이끈 힘은 바로 국민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소박하지만 정직한 믿음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는가? 아니면 누구에게만 기회가 있는가? 한국 사회 곳곳에 굳어져 버린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 법령과 제도 곳곳에 숨겨진 차별을 정비하여 국민들의 꿈과 희망이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들도 자신의 자유와 기회를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나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관용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남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이기적인 태도는 부메랑이 되어 나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기적인 사회를 만든다.

국가와 국민은 흙수저-비정규직-저출산-고령빈곤으로 이어지는 각 세대의 시대적 소외를 보살펴 주어야 한다. 세상은 평등하다는데 오직 나에게만 불평등한 것처럼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자유로운 경쟁이 승자가 독식하는 일등주의와 서열주의로 왜곡되지 않게 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도 적정한 보상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일등만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법과 제도는 설계되어야 한다.

최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법제처는 작년 말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결격사유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 정비사업을 시작하였다. 경제적으로 파산한 사람한테도 다른 분야에서 재기(再起)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도록 자격기준과 결격사유 법령들을 정비하였다.

법제처는 법률이 입법목적에 비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를 조사하여 19개 부처 소관, 71개 법률에 규정된 79개의 정비과제를 발굴하고 이중 56개의 차별 법률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만들어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다. 법제처의 차별 법령 발굴은 앞으로 각 분야별로 3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이러한 차별법령 정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누구나 자유와 행복을 꿈꾸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하여 게임의 규칙을 다시 만들어 볼 때이다.

최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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