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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아동학대, 예방커녕 쉼터조차 부족

입력 : 2018-01-10 17:40:15 수정 : 2018-01-10 20: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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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과 동행하면 그나마 응하지만 사회복지사만 가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현장에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는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사례관리해야 할 가정 수도 많은 데다 민간위탁이어서 “니들이 뭔데? 경찰이야? 공무원이야?”라며 거부감을 보이는 부모들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 등을 위해 설립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에 61개가 있다. 시·군·구당 1개 이상 설치토록 한 아동복지법에 비춰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하고 거의 대부분이 민간위탁기관이어서 현장의 어려움이 더한다. 현 정부가 출범 후 복지의 공공성 확대 등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아동학대 예방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현미 사회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아동보호기관 대폭 확충’이 언급되긴 했어도 당선 이후 정부 정책에 반영된 적은 없다. 현재로서는 피해 아동이 쉴 수 있는 쉼터조차 부족한 상황이라 예방사업은 언감생심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사업 확대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이다. 아동학대 관련 사업의 예산편성권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법무부(범죄피해자보호기금)와 기획재정부(복권기금)에 있다. 기금은 일반회계(세금)와 달리 매년 걷히는 벌금과 수익금 등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사업은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만큼 예방사업을 하기도 힘들다.

오는 3월이면 취학 전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위기 징후가 발견되더라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현재 인력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동학대 관련 사업이 정치·정책적으로 홀대받는 건 아동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학대당하는 아동일수록 이러한 힘이 있는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력도 부족하고 예방사업은 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구조를 보면 우리 사회가 과연 아동학대 근절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동학대 예방 등이 구호가 아닌 진정성 있게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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