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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우리] ‘北·美 대화’의 딜레마 제대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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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4 21:06:31 수정 : 2017-12-14 23: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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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조건 없는 만남’ 파격 제안 / 백악관 “기존 입장 바뀌지 않았다” / 한국, 北·美대화 성사돼도 딜레마 / 中과 전략적 구상 공유 등 대책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북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제 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미국이 일관되게 북한의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던 입장에서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곧이어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쨌든 틸러슨의 대화제의에 중국과 러시아는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적인 대화와 접촉을 통해 상호 간의 신뢰를 쌓고 한반도 이슈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가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고, 러시아 크레믈궁 대변인도 “틸러슨의 대화 제의 발언이 지금까지 들어온 대결적 수사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반면 일본은 우려와 당혹감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진지하게 수용해야 한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최근 “조건이 갖춰지면 (북·미)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북한도 대화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화는 언제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북·미 대화는 일종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딜레마란 두 가지 선택지 모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북·미 대화의 첫 번째 선택지는 북·미 대화가 성사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 경우 대화와 협상이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북핵동결-제재해제’라는 현상유지에 머물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막을 수 있고, 북한은 제재는 풀면서 핵은 그대로 보유할 수 있지만 한국의 안보는 더욱 취약해진다. 두 번째 옵션은 북·미 대화가 결렬되는 경우이다. 이때는 한반도가 전쟁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대화가 실패하면 북한의 ICBM 완성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정치학
그러면 북·미 대화의 딜레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중국과 전략적 구상을 공유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북·미 대화는 시작하되 그 목표는 핵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비핵화가 아니라 핵동결과 사실상 핵보유 인정을 협상목표로 해 시간끌기를 하는 것이 명백해지면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의 전면중단이라는 제재 옵션에 중국이 동의한다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즉 미국과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 이후에 대한 전략구상을 공유해야 한다.

다음으로, 일본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아도 안 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전쟁이 발발해도 안 된다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공조체제의 틀 속에서 미국을 함께 설득하고 내부적 균형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면 한국과 일본은 핵무장의 국내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한국과 일본의 안전에 치명적 상황으로 귀결된다는 공통의 전략적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각자의 힘만으로는 미국의 정책을 변경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동으로 전략적 행동을 할 경우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분명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도 아시아태평양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을 동시에 잃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미·일이 북·미 대화의 딜레마를 제대로 인식하며, 전략적 이익과 공동의 행동을 유지할 때만 북·미 대화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평화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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