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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탈출 → 추격·총격 → 포복 구출…영화 같았던 귀순 순간

입력 : 2017-11-22 18:52:14 수정 : 2017-11-22 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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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위반’ CCTV 영상 공개 / 귀순 北병사 군용 지프 타고서 남하 / 北 추격조 4명 소총 등 40여발 난사 / 1명은 MDL 몇 걸음 넘어왔다 복귀 / 우리 軍 귀순자 구출한 TOD 영상도 / 유엔사 “한국군 현명하게 대응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유엔군사령부가 22일 공개한 약 7분 분량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영상에서는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탈출을 감행한 귀순자와 이를 저지하던 북한군, 총탄에 쓰러진 귀순자를 구하고자 위험을 무릅쓴 우리 군 장병들의 긴박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총격에도 남쪽 향해 뛰는 귀순병사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유엔사가 공개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병사 영상 화면. 필사적으로 남측을 향해 뛰고 있는 귀순병사(앞쪽) 뒤로 북한군의 추격조가 따라붙어 총격을 가하며 뒤쫓고 있다(원 안).
유엔군사령부 제공

유엔사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13일 오후 3시11분 귀순자가 탄 군용 지프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JSA 북측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지프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JSA 북측 지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72시간 다리를 지났다. 오후 3시13분 JSA 북측 지역에 진입한 지프는 김일성 친필비 부근에서 우회전했다. 달리던 지프는 나무에 가려 화면에 보이지 않았다. 다른 CCTV에서 타이어가 배수로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잡혔다. 
유엔 사령부는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귀순 장면이 담긴 CCTV와 우리 군 경비대대 간부 3명이 JSA 건물 벽 아래 쓰러져 있는 귀순자를 후송하는 장면이 담긴 TOD 영상을 공개했다. 위 왼쪽부터 귀순 북한 병사가 운전하는 차량, `72시간 다리`를 건너는 차량, 북측 JSA지역에 도착한 차량, 판문각에서 차량으로 달려가는 북한군, 배수로에 빠진 차량에서 내리는 귀순 병사, 남측 JSA지역 으로 달리는 귀순병사, 귀순병사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북한군,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순간, 북측 JSA지역 모인 북한군, 우리 군 경비대대 간부 3명이 JSA 건물 벽 아래 쓰러져 있는 귀순자를 후송하는 장면. 유엔사령부 제공 = 연합뉴스

같은 시각 또다른 CCTV는 판문각 등 JSA 북측 지역에 있던 북한 군인 4명이 지프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오후 3시15분 군사분계선(MDL) 앞 배수로에 빠진 지프는 빠져나오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했고 귀순자는 지프에서 내려 남쪽으로 달렸다. 이때 북한군 추격조 4명이 들이닥쳤다. 귀순자가 조금만 늦게 움직였으면 현장에서 붙잡힐 뻔했던 순간이었다. 북한군 추격조 4명 중 한 명은 엎드려 쏴 자세로, 3명은 앉거나 선 자세로 사격했다. 당시 추격조는 AK 소총과 권총 등 40여발을 발사했으며 귀순자는 5∼6발을 맞고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회복 중이다.

추격조 가운데 한 명은 귀순자가 MDL을 넘자 그를 뒤쫓는 과정에서 MDL을 몇 걸음 넘었다. 뒤늦게 월경 사실을 파악한 북한군은 당황한 듯 곧바로 MDL 북쪽으로 돌아갔다. 오후 3시17분 JSA 북측 지역 김일성 친필비 앞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북한군 신속대응부대 10여명이 집결하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다.

유엔사는 이날 우리 군 경비대대 간부 3명이 JSA 건물 벽 아래 쓰러져 있는 귀순자를 후송하는 열상감시장비(TOD) 영상도 공개했다. 공개된 TOD 영상 중에는 JSA 남측 지역 자유의 집 인근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귀순자가 쓰러져 있는 장면이 포함됐다. 북한군의 추가 사격을 우려해 우리 군 부사관(중사) 2명이 포복으로 부상을 입은 귀순자에게 다가가는 모습과 JSA 경비대대장 권영환 중령(육사 54기)의 엄호하에 부사관 2명이 귀순자를 끌어내 후송하는 순간도 담겨 있다. 
유엔군 사령부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귀순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귀순 병사가 차량을 타고 공동경비구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왼쪽부터), 차량 바퀴가 공동경비구역 배수로 턱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자 차량에서 내려 달리는 모습, 공동경비구역 남쪽 벽에 쓰러져 있는 모습.

유엔사 대변인 채드 캐럴 미군 대령은 “유엔사 특별조사팀은 JSA 경비대대가 급박한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응해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긴장 고조와 인명피해를 막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북한군이 MDL을 넘어와도 우리 군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며 군의 대응을 비판했다. 귀순자가 운전한 군용 지프가 JSA 북측 지역 인근 MDL 앞까지 도착했는데 JSA 경비대대가 즉각 출동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JSA는 위기 고조 방지가 최우선인 유엔사 교전규칙이 적용된다”며 “북한군 간부들이 군용 지프를 타고 JSA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귀순 당시에는 북한군 간부의 방문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었고, 지프가 빠르게 MDL에 접근해 즉각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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