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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조현병 환자 돌출행동에… 불안한 이웃들

입력 : 2017-10-09 19:22:10 수정 : 2017-10-09 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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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망상 심해 범죄 갈수록 증가/일반인보다 살인 확률 10배 높아/환자라고 생각 안 해 치료도 거부/적절한 통제·관리 시스템 부족 지적
서울 당산동의 한 원룸 인근에는 늦은 밤이나 새벽 영문을 알 수 없는 고함과 욕설이 들릴 때가 종종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인 40대 여성은 건물 1층에 나와 고양이나 새 같은 동물과 대화를 시도하다 느닷없이 원룸 주민들에게 “네가 그렇게 잘났냐!”, “때려봐, 때려봐”, “네가 쓰레기를 버렸냐”고 윽박지른다. 여성을 상대로 성적인 욕설을 일삼을 때도 많다. 지난달에는 갖고 있던 가방을 여성 주민에게 휘둘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던 주민들의 호소에 건물주가 해당 여성을 이사시켰지만 매일같이 찾아와 자신을 쫓아냈다며 주민들에게 욕설을 한다. 주민 A(30)씨는 “이야기를 해보려 해도 대화 맥락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 여성의 행동은 피해망상과 반사회성을 띠고 있는 전형적인 조현병(調絃病·환각과 망상에 시달리고 기행을 벌여 사회 활동을 악화시키는 장애) 증상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10만6664명이 조현병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50만명가량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일 사법당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돌출행동과 공격적 성향은 이들이 속한 지역 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작동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적절한 통제·관리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현병 환자의 성향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인의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등의 피해망상이 실제 폭행으로 이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강원도 양양에서 자신을 차별한다는 망상에 시달리던 40대 조현병 환자가 어머니(80)를 때려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 수도 2011년 5391명에서 2013년 6001명, 2015년 7016명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범죄의 결과도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대검찰청의 용역보고서 ‘정신질환자 관리실태와 범죄예방대책’에 따르면 일부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10배 정도 높고, 존속살인의 47%가 조현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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