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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공군이 위험하다” 전투기 100대 이상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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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7 06:00:00 수정 : 2017-09-17 1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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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개발 실패 시 2020년 공군 전력 현재 수준 절반까지 떨어질 위험 지난 12일 오후 전북 군산앞바다에 위치한 직도사격장.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조용한 이곳에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물체가 떨어졌다. 수직에 가깝게 낙하한 이 물체는 사격장에 설치된 표적을 정확히 관통했다. 이 물체가 바로 공군이 새로 도입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TAURUS)다.

공군 F-15K 전투기에서 12일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이 전북 군산앞바다의 직도사격장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공군제공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타우러스는 대전 상공에서 평양의 전쟁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2일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된 타우러스 미사일이 직도사격장에 설치된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공군제공
타우러스의 시험발사가 성공하자 온라인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공군도 모처럼 맞이한 좋은 소식에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지도부 등 핵심 군사목표물들을 공중에서 공격할 전력의 공백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F-35A 40대를 도입하기로 결정된 차기전투기(F-X) 사업과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숱한 논란을 야기했던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진행중이지만 이를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2020년부터 전투기 부족 문제 본격화

F-15K와 KF-16 등 공군의 주력 전투기는 현재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는데 있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한의 미그기보다 앞선 성능을 갖고 있어 유사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

문제는 F-4E, F-5E/F 전투기가 모두 퇴역하는 2019~2020년부터다.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도입된 F-4E, F-5E/F 전투기는 2020년경에는 한국 공군에서 사용된 지 40여년에 달하게 된다. 부품공급도 중단된데다 현대전에서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워 140여대에 달하는 F-4E, F-5E/F 전투기는 2020년 이후에는 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공군 전투기는 410여대. 전체 전투기 전력의 3분의 1이 사라져버리는 셈이다. 2018~2021년까지 새로 도입될 F-35A 전투기 40대를 감안해도 최대 100여대의 전투기가 부족하다.
공군 F-4 전투기가 임무수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공군제공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1980년대 국내에서 면허생산된 KF-5E/F 제공호 전투기 50여대가 모두 퇴역한다. 개량 프로그램을 통해 수명을 연장했으나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일선에서 계속 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때는 추가로 도입될 신형 전투기도 없어 140여대의 전투기가 부족해진다. 2030년대 중반에는 KF-X 120대가 배치되면서 전력공백 위험이 다소 줄어들지만 F-15K와 KF-16 전투기의 퇴역이 임박하는 시기가 되면서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또다시 준비해야 한다. KF-X 개발이 실패할 경우 공군 전력은 현재 수준의 절반까지 떨어질 위험도 있다.

공군이 운영중인 F-15K 전투기도 유지보수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에서만 쓰이는 부품이 적지 않아 수리부속 조달에 어려움이 크다. 때문에 다른 F-15K 전투기에서 부품을 때어내 수리가 필요한 F-15K에 사용하는 동류전환이 심하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까지 주요 전투기 동류전환 1182회 가운데 F-15K는 528차례로 공군 전투기의 44.7%에 달했다. 이는 F-15K의 가동율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 수리 가능한 품목이 적다보니 수리 기간도 길다. 레이더의 경우 미국으로 보내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200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적외선탐색식별장치(IRST)와 내장형 전자전장비의 수리 기간도 1년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능 개량 역시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적극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개량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전력공백 우려가 커지자 공군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공군 관계자는 “F-4E와 F-5E/F의 퇴역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5년 늦추기로 했다”며 “차기전투기(F-X) 사업과 KF-X 사업 지연을 고려해 전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입된 지 수십년이 지난 노후 전투기의 퇴역을 늦추는 것은 ‘전투기 숫자 맞추기’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 새로운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투기 대신 무장에 집중하는 ‘발상의 전환’ 필요

공군의 전력공백이 점차 심각해질 위험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를 해소할 전력증강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도입된 전투기들을 대체하려면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차기전투기 4차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예산 압박이 심한 정부 사정상 착수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도 공군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수량이 도입될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운용중인 전투기를 개량해서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성능개량사업이 진행중인 KF-16 외에 다른 전투기들도 개량을 거쳐 펀치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FA-50 경공격기다. FA-50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전자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짧은 전투행동반경과 빈약한 무장으로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공군이 예전에 근접항공지원 용도로 운용하던 A-37B 공격기를 대체하는 성격으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A-37B의 성능에 폭격 정밀성만 추가되는 수준으로 무장탑재능력이 결정되다보니 빚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FA-50 경공격기가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공군제공

실제로 FA-50에 탑재된 이스라엘 엘타사의 EL-200 레이더는 100㎞까지 탐지가 가능하나 공대공 무장은 유효사거리 7㎞ 수준의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정도다. 적기를 100㎞ 밖에서 탐지해도 격추하려면 육안 식별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 공격능력도 제한적이다. FA-50에 장착되는 AGM-65 공대지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5㎞ 수준으로 스파이스 공대지 유도폭탄(사거리 60㎞)보다 짧다. GBU-38 공대지 유도폭탄 역시 사거리가 20㎞ 수준이다. 북한의 SA-2 지대공미사일 최대 사거리가 45㎞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사시 적 지대공미사일 위협을 뚫어야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적인 전투행동반경도 무장 장착 수준에 따라 200~40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먼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유도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한된 탑재능력과 전투행동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탑재 무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거론되는 항공무장 중 하나가 공군 F-15K 전투기에 장착되어 운용중인 타우러스(TAURUS) 공대지 미사일이다. 미사일의 크기가 대형이라 F-15K나 유로파이터 정도의 대형 전투기에서 운용되고 있다. 타우러스 제작사인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는 F-16급 전투기에도 탑재할 수 있는 개량형을 개발하고 있다. ‘TAURUS KEPD 350K-2’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개량형은 무게와 길이가 다소 줄어들어 최대 사거리도 기존보다 100㎞ 정도 짧아진 400㎞ 수준이다. 대신 파괴력은 기존과 동일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북한 특작부대 집결지를 비롯한 북한 전술시설을 적 방공망 밖에서 타격할 수 있어 전략시설을 타격하는 F-15K와 차별화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육군 포병과 다를 바 없는 임무를 수행하는 FA-50의 공격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A-50의 능력 중 가장 제한적인 분야인 공대공 전투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유럽 MBDA사가 개발한 아스람(ASRAAM)이 거론된다. 미국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인 AIM-120 장착이 어려운 FA-50의 사정을 감안하면 아스람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사거리가 60㎞에 달하는 아스람은 FA-50에 2발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가 7㎞ 수준인 AIM-9에 비해 훨씬 길어 북한 전투기를 상대로 충분한 공대공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유사시 북한 기갑전력 파괴를 위해서는 2발밖에 장착할 수 없는 AGM-65(사거리 25㎞)를 대신할 공대지 정밀유도무기로는 MBDA가 개발한 브림스톤(Brimstone)도 거론된다. 브림스톤은 사거리가 AGM-65과 비슷한 20㎞이다. 반면 FA-50에는 보조연료탱크를 탑재하고도 12발을 탑재할 수 있어 보다 많은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공군 전투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훈련공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제공

방산업계 관계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국산 FA-50에 제대로 된 무장이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무장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면 지상군의 전투지역에서 근접지원만 하던 FA-50을 북한의 전쟁의지를 무너뜨리는 공군의 주요 전력을 바꿀 수 있다”며 FA-50의 전투능력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A330 MRTT 공중급유기 등 주요 전력증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적은 예산으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항공무장 능력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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