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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나와 다른 생각 들어보고…찬반 이면에 숨은 ‘민의’ 찾는다

입력 : 2017-08-27 19:08:09 수정 : 2017-08-28 08: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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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공공의 창·우리리서치 공동 실시 ‘숙의형 여론조사’ / 찬반 묻는 일반적 여론조사와 달리 응답자의 반대 논리 이어 묻는 방식 / 경제성·전력 수급·환경·안전성 등 설문 진행 과정서 22%가 의사 변경 / 최종 찬반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 / 지역별·성별·연령별 인식차 드러나 /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그대로 반영…시민 의사결정 돕는 섬세한 접근을”
지난 25일부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중단 여부를 판가름할 공론조사가 시작됐다. 공론조사는 ‘지금 현재의 찬반 의사’를 묻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시민참여단을 뽑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낸다. 세계일보와 ‘공공의 창’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숙의형 여론조사는 공론조사의 온라인 축소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응답자 700명 중 153명(22%)이 설문 진행 과정에서 찬반을 오갔다는 점은 기존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 같은 의사 변경에도 최종 찬반이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결과 이면에 숨은 민의를 찾아내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박진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반대론을 듣는 것으로도 22%가 의사를 바꿨다는 것은 단순 여론조사가 정확한 국민의 뜻을 알아보는 데 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지형 위원장(왼쪽 줄 앞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첫 번째 회의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의견을 유지·변화시킨 포인트는?

이번 조사는 ‘나와 다른 생각을 들어본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응답자가 앞서 대답한 것과 반대되는 논리를 이어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A씨가 맨 처음 ‘신고리 건설 중단에 공감한다’고 답했다면, 두 번째 질문에서 ‘원전 경제성은 입증된 사실이고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손실이 크다’는 건설 중단 비공감(반대) 의견을 들어본 뒤 이에 대한 공감, 비공감으로 답하게 된다. 여기서 A씨가 공감, 즉 신고리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면 그다음 질문 단계에서 ‘원전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설 중단 지지 논리를 듣고 다시 공감·비공감을 선택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전력수급과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 뒤 신고리 건설 중단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

조사 결과 처음에 ‘건설을 중단하는 편이 좋다’고 답한 이들은 경제성과 전력수급 차질 논란에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고, 환경피해와 안전성 논리로 기존 주장을 굳히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건설을 중단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응답자들은 경제성과 전력수급 논리로 기존 입장을 유지했고, 환경피해와 안전성 문제로 기존 입장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원전의 경제성’에 회의적인 응답자(신고리 건설 중단 찬성 측) 중 94.6%는 ‘원전이 환경파괴를 부를 수 있다’고 답했지만, 이렇게 환경오염을 우려한 이들 가운데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신고리 건설 중단 반대 논리에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비율은 85.5%로 줄었다.

또 ‘원전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신고리 건설 중단 반대층 대부분(94.0%)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이 전력수급 차질과 전기료 인상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전력난을 걱정한 응답자 가운데 ‘원전 사고 가능성’을 부정한 비율은 83.0%에 그쳤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조사` 대행업체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을 발표하고 있다.

◆찬반 이면을 들여다봐야

경제성, 환경 등 네 가지 쟁점을 접한 뒤 다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공감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비공감이 공감보다 14명 늘어났다. 공감에서 비공감으로 8명이 옮겨간 것이다. 그러나 오차범위 내 백중세인만큼 어떤 요소가 의견 변화를 이끌었는지, 결과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정묵 공공의 창 간사는 “원래 공론조사는 찬반을 결정 짓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찬반 이면의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숙의형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가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체적인 결과는 50 대 50에 가깝지만 지역별·성별·연령별 인식차가 드러나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최종 결과를 기준으로 대전·충청은 55.2%, 광주·전라는 60.8%가 건설 중단에 공감한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66.8%가 건설 중단에 공감하지 않았다. 원전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에서는 원전 가동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원전이 적거나 없는 곳에서는 환경 문제를 더 크게 생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성은 건설 중단 비공감 비율(57.9%)이, 여성은 공감 비율(56.4%)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더 차이가 뚜렷했다. 30~40대 중에는 건설 중단에 공감하는 쪽(각 74.5%, 67.2%)이 많았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비공감 의견(66.3%, 79.1%)이 훨씬 많았다.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쟁점을 검토하고 난 뒤 가장 적극적인 공감·비공감층이 다소 줄었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건설 중단에 대한 공감·비공감 정도에 점수를 매겨 의사를 표현했다. 처음 건설 중단에 대해 물었을 때는 ‘매우 공감한다’(1점)가 282명, ‘전혀 공감 안 된다’(8점)는 275명이었지만 최종 질문 단계에서는 ‘매우 공감한다’가 263명, ‘전혀 공감 안 된다’는 246명으로 줄었다.

윤지로·배민영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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