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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스마트폰과 시력 저하…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찾아서

입력 : 2017-08-12 09:55:04 수정 : 2017-08-12 0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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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낀 엄지족’ 늘어났지만… 연관성 다룬 보고서는 전무 / 스마트폰 산업 10년간 폭발적 성장 / 韓 보급률은 78%… 세계 6위 수준 / 20세 미만 한국인 근시율 96% 달해 / 2050년엔 인류 50% 안경 착용 전망 / 독서·TV·유전 등 시력감퇴 원인 다양 / 근시 증가와 직접적 관계 못 밝혀내 / 입증땐 제조사들 소송 직면 불가피 / “아이들 눈 건강 위해 뛰어놀게 해야”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가 열린 지 10년이 됐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매년 증가하더니 이젠 가입자 수를 인구로 나누면 0.92로 1에 가깝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국민 대부분이 컴퓨터를 손 안에 쥐고 다닌다. 문명의 이기 덕에 정보를 찾아 도서관이나 서점, 관련 기관을 헤맬 필요가 없다.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알려주고, 신용카드도 대신한다. 무조건 좋기만 한 이기(利器)가 세상에 있을까. 편한 만큼 반대급부가 있기 마련이다. 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마주오는 사람과 부딪혀 얼굴을 붉히고, 큰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매일 작은 화면에 매달려 식탁에서 대화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산 후 내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아이로 돌변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국내외 보도도 이어졌다. 정부도 스마트폰 중독(과의존)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이 중 최근 10년 새 근시(近視·myopia)를 겪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었다는 외신 보도가 눈에 들어왔다. 근시는 망막에 정상적으로 상이 맺히지 않고, 그보다 앞쪽에 상이 맺히는 상태다. 멀리까지 안 보인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상이 잘 맺힐 수 있도록 교정해야 한다. 2020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안경을 쓸 것이라는 예측 기사도 확인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근시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한 경우는 드물었다. 자녀에게 내뱉는 ‘스마트폰 많이 보면 눈 나빠진다’는 지극히 통상적인 개념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헤맨 경험을 나눈다.

◆스마트폰 산업 급성장한 10년… 中·印·韓 아이들 근시 증가


스마트폰 산업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인구 대비 사용자 수)은 2.6%였다. 올해 말 43.8%로 추정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2020년 스마트폰 보급률을 75%로 높게 잡았다. 특히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은 최근 급성장했다.

국가별로 홍콩이 84.7%로 보급률 1위, 룩셈부르크와 노르웨이가 79.8%로 공동 2위, 4위와 5위는 덴마크(77.9%)와 핀란드(77.7%). 우리나라는 77.7%로 6위인데, 지난해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미국(75.6%)은 7위, 중국(72.0%)은 10위, 일본은 65.3%로 19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보고 야외 활동을 하지 않는 습성 때문에 2050년이 되면 전 인류의 49.6%인 48억명이 근시를 앓아 안경이 필요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2010년 인류의 28.3%인 20억명이 근시로 고생했고, 근시 비율은 북미·유럽·아시아 일부 등 잘사는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중국 근시 열풍을 다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취학아동 중 근시 비율이 10∼20%에 달하고, 중·고교생의 50%, 대학생은 90%가 근시라고 지적했다. SCMP는 2012년 렌싯 보고서를 인용, 20세 미만 한국인의 근시율은 96%에 달하고 서울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인도 영자지 힌두스탄타임스는 스마트폰 탓에 최근 10년 새 인도 아이들의 근시 발병이 두 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인도의학연구소(AIIMS) 연구결과 10년 전 7%에 불과했던 취학아동 근시 비율이 지난해 13%로 늘었는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근시인 홍콩 학생이 지난해 8만여명으로 전년보다 10.5%포인트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다. 홍콩안과학회 패트릭 팅 와키 박사는 “안경만 쓰면 된다면서 근시를 가볍게 여기는데 몇 년에 걸쳐 진행되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력 저하와 스마트폰의 상관관계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어린이 근시가 증가한다는 외신보도는 차고 넘치지만, 실제 언급된 보고서들을 찾아보면 “스마트폰이 근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힌 경우는 전무했다. 스마트폰은 시력 저하와 무관하다는 연구보고서마저 보인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어린이 눈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을 멀리하라고 권고하지만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는 듯했다.

김안과병원 안과전문의 김응수 교수는 “시력이 나빠지거나 근시가 발병하는 원인으로는 스마트폰 외에도 독서, TV, 밤에 불 켜고 자는 것, 유전적 경향 등 너무나 많다”며 “다양한 원인 중에 스마트폰만 골라내 위해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과병원 의사는 “부모에게는 ‘스마트폰이 아이 눈 건강을 해친다’고 명확하게 말한다”면서도 “하지만 공식적 입장을 물으면 ‘스마트폰 등 근거리작업을 유발하는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눈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이 시력저하를 부른다’는 객관적 근거를 쌓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스마트폰이 우리 경제의 대들보인 상황도 다양한 연구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해상도 TV도 눈 건강에 나쁠 것이라고 보는 의사들이 많지만 누구하나 연구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여러 연구가 쌓이든 전 세계 근시 사례를 한번에 판단하는 AI(인공지능)가 등장하든 스마트폰과 근시 내지 시력저하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위험한 물건인데 고지하지 않아서 피해를 입은 경우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다”면서도 “스마트폰과 시력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면 승소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와 스마트폰 3사, “아직은 생소한데…”


지난 6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13세 이하 어린이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입법 청원이 시작됐다.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집에 갇혀 지낸다는 게 이유다. 근시 확산이나 시력저하도 법안 청원 배경인지 확인하려고 법안 제안자가 소속된 ‘저연령 아동 스마트폰 반대 부모 모임(PAUS)’ 홈페이지를 뒤졌지만 스마트폰 중독 사연 위주로 소개됐다.

정부 입장도 비슷해 보인다.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시력이상 비율은 55.7%로 2007년 대비 14.5%포인트 증가했지만, 근래 발표된 스마트폰 대책은 과사용에 따른 정신적·사회적 문제에 집중돼 있다.

매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교육부의 2012∼2017년 자료를 살펴봤다. 시력이상 학생이 증가하는 배경 등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012년에 ‘문명발달에 의한 미디어 생활화’를 원인으로 꼽았고, 이듬해에는 ‘PC’가 추가됐다. 2015년과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의 시력이상 증가를 지적했지만 스마트폰을 배경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한안과의사회는 어린이 시력이상 현상을 오래전부터 주시한 듯하다.

스마트폰 시장을 나눠 가진 3개 제조·판매사도 근시 내지 시력저하와 스마트폰의 상관관계를 생소하게 받아들였다. A사 관계자는 “정확히 인과관계가 있다기보다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됐을 것 같다”며 “제품 설명서에 오래 보면 시력을 해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문구는 없는 것 같다”며 “스마트폰에 내장된 플래시를 눈 가까이서 작동하면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거나 블루라이트 차단율을 조절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은 있다”고 밝혔다. C사는 이메일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근시 내지 시력저하의 상관관계에 대한 해답은 멀지만 모든 외신과 의학보고서는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눈 건강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밖에서 놀게 하라”고.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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