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한의 지난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대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왔다”고 판단함에 따라 구체적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리학에서 임계치는 물이 끓는 지점으로 섭씨 99도가 아니라 양적인 축적이 완성돼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섭씨 100도다. 북핵과 미사일이 현재 물이 뜨거워지는 수준인지 끓는 단계에 들어선 건지 결판을 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느냐는 한반도 정세의 성격을 바꾸는 전략적 판단이기에 한·미 모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국제사회는 5차례의 핵실험을 마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의 레드라인을 넘어섰지만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의 확인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해 전략적 무시로 일관해 왔다. 이제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둘러싼 레드라인의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대응책이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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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두 번째 기준은 위협의 화급성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여섯 번째로 ICBM 클럽에 가입한다. 발사체의 재진입 기술과 유도 및 통제장치 등 기술적 결점이 있지만 1년 안에 해결이 가능하다. 기술은 시행착오 속에서 진보한다. 북핵과 미사일을 애써 과소평가하는 것도 금물이다. 정확한 평가를 해야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해진다. 시간·장소 불문하고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만큼 북핵은 시급성 차원에서도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
마지막 기준은 김정은의 의도다. 미사일 발사 참관을 빙자해 현장을 서성대는 김정은은 더 이상의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한 독재자다. 발사 이후 미국을 향해 각종 독설과 비난을 일삼는 3대 지도자에게서는 선대 지도자들의 신중함과 자제력을 찾기 어렵다. 집권 6년 동안 3차례의 핵실험과 70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의 광기 어린 복심과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는 기괴한 성격이 향후 대형사고를 칠 개연성이 큰 만큼 최고 지도자의 특성이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
결국 김정은의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어서 아예 레드존(Red zone·적색지역)으로 들어섰다. 김정은은 동북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결정적 변수)를 자처하는 수준을 넘어 동북아 국제정치의 지형을 바꿔 버렸다. 어느새 평양은 핵과 미사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면서 한·미와 북·중 간 신냉전 구도를 형성시켰다. 올해에 수교 25년을 맞는 한·중관계 역시 평양의 계략으로 풍비박산 수준이다. 레드라인의 개념은 명확하다.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은 한반도 안보 위협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금지선의 의미를 둘러싸고 더 이상 논쟁은 무의미하다. 우리도 좌고우면하기보다는 핵무장 등 기존 레드라인을 넘는 대책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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