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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로 거액 챙기고 / 음주운전에 은폐 의혹까지 /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불륜 / 잘못을 안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깜짝 놀랐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의 뱃심 말이다. 100만 대군이 공략해도 끄떡 않을 담력이었다. 4성 장군 출신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뱃심은 방향이 잘못됐다. 정의보다는 불의 쪽에 가깝다. 입으로 국가 대의를 말하고 있으나 퇴임 후 그의 눈이 향한 곳은 ‘사익’이었다. 그런 인물이 국방개혁의 ‘공익’을 추진하겠다니 논란이 커질 수밖에.

2008년 해군참모총장에서 은퇴한 송 후보자는 전관예우를 등에 업고 돈을 좇았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매월 3000만원씩 받았다. 주 2일 14시간을 근무한다는 조건이었다. 시간당 100만원에 해당하는 초고액이지만 그는 당시 겸직 신청서엔 ‘약간의 활동비’라고 적었다. 국회 청문회에서 추궁당하자 “(액수가 많아 나도) 깜짝 놀랐다”고 둘러댔다. 그는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에서도 억대 자문료를 챙겼다. LIG넥스원은 그의 친동생이 감사원 재직 시에 방산비리 혐의로 조사했던 회사라고 한다. 정말 놀랄 일은 이런 의혹을 태연히 넘기는 그의 뱃심이 아닐까.

배연국 논설실장
송 후보자는 음주운전 누범의 전력도 보유하고 있다. 만취 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대령으로 승진했다. 넉 달 후 또다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을 때엔 돈으로 사건을 무마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마당이다. 이런 위인이라면 국회 청문회가 아니라 사법당국의 포토라인에 서야 마땅하다. 형법상 공소시효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국민적 의혹으로 부상한 만큼 진위를 철저히 가릴 필요가 있다.

송 후보자의 인선 명분은 국방개혁이었다. 청와대는 그가 국방개혁의 적임자임을 강조했고, 그 자신도 개혁에 헌신하겠다고 했다. 온갖 추문에 휩싸인 인물이 군내 부조리를 척결해 안보능력을 높이는 국방개혁을 지휘하겠다니! 어불성설이다. 청소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방바닥을 닦는 수건은 최소한 바닥보다 깨끗해야 하는 법이다. 오물로 얼룩진 수건이라면 바닥은 더 더러워질 것이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개혁(改革)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改(고칠 개)라는 글자는 ‘자기(己)를 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革(가죽 혁)은 ‘짐승의 껍질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로 잘 다듬은 가죽’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피부 가죽을 벗겨 무두질하듯이 새롭게 고치는 것이 바로 개혁이다. 필연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따르게 된다.

문재인정부는 그런 아픔으로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정권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호철, 양정철 씨 등 대선공신들은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는 측근의 문자메시지는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그 진한 감동이 두 달도 안 돼 부실 인사로 빛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지명 철회는 빠를수록 좋다. 기어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방개혁의 깃발이 아무리 높이 펄럭일지라도 개혁의 정신은 사망선고를 받는 날이 될 것이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문재인정부의 도덕적 기준점이 하향조정되고, 역사의 기록에도 얼룩이 남을 것이다.

청와대 북서쪽에는 세검정이란 정자가 있다. 조선시대 실록을 완성한 뒤 사초(실록의 자료가 되는 기록)의 원고를 이곳 개천에서 물로 씻는 세초(洗草)를 했다고 한다. 한지에 먹물로 쓴 글씨를 물에 씻어 종이를 재활용하고 기록의 유출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송 후보자는 여러 오점으로 대한민국의 사초를 더럽힌 죄과가 크다. 그간 드러난 적폐만으로도 세초를 한다면 개천의 물은 탁류로 변하고 말 것이다.

새 정부의 인사 난맥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내로남불’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송영무의 결함은 여느 후보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음주운전과 은폐 의혹의 추문은 이미 하늘에 닿았고, 명예보다 돈을 좇은 그의 오명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그야말로 내가 봐도 불륜이고 남이 봐도 불륜인 ‘내불남불’ 격이다. 송 후보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거든 이제라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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